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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편집

뇌제의 일곱 제후 1부—악령 편에 수록된 외전소설이다.

원래 8차 업데이트에 삽입될 예정이었으나, 사정상 업데이트 불가로 외전소설만 카페에 따로 업로드되었다.

최초이자 유일한 IF 소설이다.

최초로 삽화가 삽입된 외전소설이다. 일러스트는 스타면과 파란별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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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편집

이 외전소설은 IF로 만약 블점에서 이런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이라는 주제로 쓰인 소설입니다. 실제 블점 스토리와 무관하므로 이 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어둠속의 망령 편의 IF입니다.

작전일지. B081201

뇌제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첩자 오롯이 네오 님의 계획이 담긴 문서를 필사해 도주했다. 뇌제에게 네오 님의 작전이 전달되기 전 배신자 오롯을 사살코자 닥터박사를 주축으로 헌터즈를 추격대로 보냈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 이후 헌터즈의 행방은 불명. 작전 중 사망한 것인지 혹은 도주한 것인지 연락이 끊겼다.

네오 님은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 탓인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억지로 회의를 진행하려 하셨으나 엄청난 양의 식은땀과 계속되는 헛구역질로 회의는 중단. 웃음귀신이 네오 님을 방으로 모셨다.

작전일지. B081258

이틀 뒤 있을 현장체험학습에 대하여 네오 님께 전달하려 했으나 건강이 위독하다는 웃음귀신의 말에 보고를 보류. 웃음귀신과 협의 결과 네오 님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하였다. 계속 네오 님의 상태가 악화되었다.

작전일지. B081259

한 시간 전 네오 님께서 돌아가셨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가슴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또 겪을 줄은 몰랐다. 아버지께서 테러리스트와 교전 중 손을 잃으셨을 때와 마찬가지다. 단 그날은 모든 걸 내 감정에 맡기고 분노가 향하는 대로 행동했다. 이번엔 다르다. 지금 내 속을 뒤집어놓고 머리를 터뜨릴 것만 같은 이 격한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 어둠속의 망령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라이베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네오 님께서 부재중—본래라면 출장이나 외출이셨다. 지금처럼 돌아가신 게 아니라—이실 때에는 웃음귀신이 어둠속의 망령의 지휘권을 갖는다. 이는 그가 우리 중 누구보다도 네오 님의 뜻을 오롯이 이해하여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웃음귀신은 우리 중 그 누구보다도 네오 님에 대한 의존과 충성심이 큰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둠속의 망령 지하본부. 뇌제 침공 대비를 위한 회의를 위해 조직원들을 소집시켰다. 배반자가네오 님의 계획을 빼돌리고 도주한 지금, 그 정보는 이미 뇌제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그 정보를 안 뇌제가 네오 님과 어둠속의 망령을 치러 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 침공이 내일일지 아니면 오늘일지는 알 수 없으나 하루라도 빨리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집명령을 전달하지 않은 건 이녀석뿐이었다.

“…이봐. 웃음귀신. 깨 있나.”

방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대답은 없다. 어젯밤 네오 님께서 돌아가시고 녀석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던 건지 그분의 시신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한명 두명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슬픔과 분노를 내뱉기도 삼키기도 하였지만, 웃음귀신 이녀석만은 그 비통에 찬 방 안에서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가면 너머로 네오 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웃음귀신은 싸늘하게 식은 그분의 이름을 연호하며 울고 울고 소리치고 소리쳤다. 그 장소에 있던 그 누구보다도 비통하고 애절한 그의 울분은 밤새 이어졌고 나와 청초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네오 님을 놓아준 건 겨우 오늘 아침 5시의 일이었다. 그후 열두 시간 가까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평소에 틈만 나면 으르렁대던 청초조차 그가 걱정되어 오전 내내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었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소용없어. 아무 말도 안 해. 산 건지 죽은 건지도 모르겠어.”

이 시간까지 쭉 웃음귀신을 지켜보고 있던 건지 문 옆 벽에 기대 앉은 청초가 대신 대답했다. 계속 이곳에 있던 탓인가 유난히 지쳐보였다.

“매지스트의 곁에 있지 않아도 되는 건가?”

“아까 한 번 갔다왔어. 하하. 신경 써주는 거야?”

“어둠속의 망령 대장 대리로서 조직원을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애써 웃음을 짓던 청초는 자리에서 비틀대며 일어났다. 웃음귀신과 매지스트를 지켜보느라 한 끼도 못 먹었을 거다.

“난 회사로 돌아가 볼게. 네오 씨 대신 결재할 게 많아서 말야.”

“식사는 비서실에 두었다. 꼭 챙겨먹도록.”

“그래. 고마워.”

복도 너머로 청초가 사라진 뒤 다시 웃음귀신의 방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겠다.”

대답이 없다. 자살이라도 한 건 아닌지 걱정돼 문을 연다. 잠겨 있진 않았다.

“…네오 님?.”

웃음귀신이 침대에 힘 없이 앉아 있다. 가면을 벗은 맨 얼굴은 오랜만에 본다. 네오 님과 만났을 때 입은 기쁨의 상처라던 한쪽 얼굴의 화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처량했다. 몇 번을 울다 지친 건지 벌겋게 충혈된 눈. 흥건히 젖은 이불과 망토는 그가 얼마나 우짖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나다. 그리고 이제 네오 님은 안 계신다.”

“…흑…흐으윽….”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데도 운다. 처량하고. 애달프다. 보는 나까지 가슴이 찢어진다. 처음으로 웃음귀신에게 살아있어도 괜찮다고 말한 사람. 유일하게 그를 구원한 남자가 죽었다.

“벌써 나흘째 굶었다. 뭐라도 먹어. 네오 님께서 위독하시던 날부터 간병 핑계로 한 끼도 안 먹은 거 알고 있다.”

“…안 먹을 겁니다.”

“네오 님께서 안 계신 지금 네가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니 어서…”

“네오 님께서 안 계시는데 제가 왜 살아있어야 합니까!!!!”

나를 노려보며 죽일 양 소리친다. 지친 탓에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쉰소리만 나온다. 그런 탓인지 그의 비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계속 날 노려보는 그. 잠시 후 흐느끼며 주저앉는다.

“…평생 도구로서 살아온 세월에 처음으로 삶을 부여해 주신 분이 네오 님이십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혐오당하고 버려진 나날에 처음 빛을 비춰주신 게 그분입니다. 그분께서 얼마나 사려깊으신지 아십니까? 그분은 한번도 제 과거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혹여나 저의 아픈 기억을 건들까봐, 잊고 싶은 날을 억지로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닐까 언제나 신경 써주셨습니다. 그렇게나 상냥하시고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남자였기에 평생 따르고 지킬 것을 맹세하였는지도 모르죠. 하하하하하. 그런데 이게 무슨 꼴입니까. 평생 따를 그분은 어디에 계시는 거죠? 저는 그분을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절대왕정]에 속아 바로 앞에서 오롯 그 년이 네오 님을 유린하고 독침을 놓는 걸 보았는데도 말입니다!! 하… 하하하하하하… 하…흑… 흐흐..윽….”

…[절대왕정]. 공식적으로는 제후 노르망디가 지닌 악령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이든 간에 상대를 믿게 하는 악령이다. 상대를 속일 의도만 있다면 그녀가 내뱉은 그 어떤 문장이든 효력을 발휘하는 매우 성가신 힘이다. 그런 힘이었기에 그녀가 어둠속의 망령에 가입한다 했을 때 우리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했다. 더구나 실제 이곳에 침입해 우리를 홀리고 기밀을 빼돌린 것이 오롯인가 노르망디인가도 불분명하다. 노르망디 그 여자는 항상 오롯의 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 그녀의 모습—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다—을 본 이는 뇌제밖에 없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침입을 허용하고 기밀유출까지 방관했다는 게 분하지만, 결국 그 힘으로 뇌제의 눈에 들어 제후가 된 여자다. 쉬이 막을 수 있던 게 이상하다.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제후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부대장인 당신이 할 소리입니까? 그런 말로 포장한들 네오 님의 죽음을 방관한 저희의 죄가 사라질 것 같습니까!!”

죄. 그것이 지금 웃음귀신의 목을 옭아매는 밧줄이리라. 눈앞에서 네오 님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한 죄. 당신의 모든 걸 바쳐 우리를 구원한 그분을 우리는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한 죄. 우리 모두가 짊어진 죄지만 그 무게는 웃음귀신에게는 더더욱 크게 느껴지리라. 삶의 모든 것을 네오 님께 바치기로 한 남자에게는 말이다.

“하…하하하….”

매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던 그는 다시 주저앉는다.

“네오 님… 네오 님….”

“….”

해 줄 수 있는 말도 없고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지금부터 희의실에서 뇌제 침공 대비 작전회의를 진행할 거다. 진정하면 오도록 해라. 너만큼 든든한 남자는 없으니까.”

“네오 님…. 흑… 흐으윽….”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그를 방에 둔 채 나는 회의실로 향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소리를 외면한 채.

“지금부터 작전회의를 시작한다. 모두 소집했나?”

지하 회의실. 오후 5시 30분. 배신자의 도주 후 이때까지 작전회의를 열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 하나는 네오 님의 위독상황 및 서거로 인한 대책회의 지연. 다른 하나는 대장 대리를 맡아야 할 웃음귀신의 정신붕괴. 또 하나는…

“…? 데빌 타임즈 님과 나이트메어 님. 그리고 다크니스 님은 어디에 계신 거죠? 게다가 웃음귀신 님까지….”

네오 님의 죽음으로 인한 어둠속의 망령의 결속력 붕괴. 현재 회의실에 모인 인원은 끽해야 절반을 조금 넘는다. 사이코와 사이보그, NUG, BM, 매지스트가 전부다. 가스트 윙은 어젯밤부터  유사시를 대비해 태풍을 만들며 망을 보고 있다. 혹여나 제후가 침입하기라도 한다면 조금이라도 그 발목을 잡기 위해서다. 한편 새 조직원이 될 거라던 혈청—유글레나는 가동조차 하기 전 에셔 박사의 피신 겸 헌터즈가 데리고 나갔다.

“데빌 타임즈와 나이트메어는 조직에서 나가겠다며 탈주. 다크니스는 단독으로 막아보겠다며 기지를 나갔다. 그리고 웃음귀신은… 이번 작전에서는 배제했다. 도저히 작전을 수행할 상태가 아니다.”

“그렇군요. 납득 갑니다.”

BM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다같이 웃음귀신이 무너지던 모습을 보았기에 누구도 그의 부재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래서? 어서 작전을 하달하라고. 사람도 얼마 없는데 후딱 끝내자고.”

일렉트릭코 사이코가 빈정대며 작전하달을 요구했다. 맞은편에서 NUG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으나 그는 무시했다.

“알겠다. 작전에 대해 설명하겠다. 조만간 제후들은 이곳 지아이디산업단지에 침입할 것이다. 그건이 오늘일지 내일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어젯밤부터 모든 직원들을 피신시키고 현장체험학습도 취소하였다.”

“그렇다면 블루스타 님과 접촉하겠다던 계획은….”

“파기한다. 애초에 블루스타 님을 면담할 네오 님께선 이제 안 계신다.”

“아…. 죄송합니다.”

매지스트의 질문은 틀리지 않았다. 본래 오늘 수행하기로 했던 블루스타 님과 접촉 후 협력관계 형성 임무는 어둠속의 망령이 지금까지 해 온 그 어떤 일들보다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 임무의 수행 여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신경 쓰지 마라. 한 번은 짚고 넘어갈 문제였다. 이어서 작전을 설명하마. 위와 같은 배경으로 현재 지아이디산업단지에 남은 인물은 우리 어둠속의 망령과 청초 한 명뿐이다. 제후 침공이 시작되면 남은 인원들을 각 문에 배치해서 제후들을 막아야 한다. 지금부터 각자가 대기할 장소를 하달하겠다. 먼저 일렉트릭코 사이코….”

“하아?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했다고? 웃기지 마! 그 안에 숨어들어올 배신자 오롯을 처단해야 할 거 아니냐고!!”

현장체험학습의 취소에 격분한 사이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래. 원래라면 블루스타 님과 배신자 오롯 둘 다 이곳에 올 계획이었다. 네오 님께서 블루스타님을 면담할 동안 우리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 그러나 지금 그 일이 가능할 것이라 보나?”

“가능하고 말고! 네오를 죽인 그년은 보자마자 내가 통구이로 만들어 버릴 거다!”

“만일 동시간대에 제후가 침입한다면, 그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제후들을 견제하면서 블루스타 님을 지키고 배신자를 처단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건가?”

“그… 그건….”

사이코 역시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당연하다. 누군가 앞일을 보고 제후들이 언제 올지 정확히 알아내지 않는 한 이들 모두를 동시에 진행하는 작전을 세울 순 없다. 각 문에 누구를 배치해야 하는가. 혹여 방어선이 뚫릴 경우 네오 님과 블루스타 님의 호위로 몇 명을 지하기지에 두어야 하는가. 지아이디 본사를 지킬 인물로는 누구를 두어야 하는가. 혹여 피난하지 못한 민간인의 보호는 누가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모두를 빈틈없이 수행하기 위해 누가 어떤 일을 언제 해야 하는가. 이러한 완벽한 작전을 하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코 님. 상황을 이해하셨으면 이제 진정하고 라이베라 님의 작전을 경청하죠.”

“…키키키키킥.”

NUG의 말을 비웃듯이 사이코가 웃기 시작했다.

“상황을 이해했으면 진정하고 라이베라 녀석의 말을 들을 수가 없잖아? 뭐? 제후 침입? 놈들이오면 우리가 뇌제와 제후에게 전멸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키키키키킥.”

“사이코. 이번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할 경우 뇌제와 제후들을 격퇴할 수 있다. 그러니 회의에 집중하도록.”

나의 말을 흘러 들은 건지 사이코가 또다시 웃고는 나를 노려본다.

“완벽 완벽 웃기고 있네. 어차피 네오도 뒤진 마당에 이딴 회의를 왜…”

‘철컥 탕!’

사이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관자놀이를 총알이 스쳤다. 뜨거운 열상과 출혈에 사이코가 당황해 자기 얼굴을 움켜잡고 비명을 지른다.

“끄아아아!! 뭐하는 짓이야 너그!!”

비아냥대던 사이코를 쏜 건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NUG였다. 더 이상 그의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던 건지 총집의 총을 꺼내 그에게 쏘았다.

“입조심 하시죠, 일렉트릭코 사이코 씨. 지금 당신은 회의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사이코를 겨냥하며 그 분노를 조준한다. 멈추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쏠 거 같은 그때

‘기이이이이잉’

“경고. 동생을 위협하지 말 것. 당장 총구를 내려놓지 않으면 바이러스로 취급. 삭제 프로그램 시행.”

계속 조용히 있던 메카르토닉스 사이보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각선자리의 NUG에게 게틀링건을 조준했다.

“바이러스? 웃기는군요. 지금 회의실에 훼방을 놓는 당신의 잘난 동생을 보고 아무 생각도 안 듭니까?”

“질문. 사이코의 말에 오류가 있는가? 그의 말은 모두 사실. 우리가 제후와 싸워 이길 가능성은 30%. 반면 뇌제와 싸워 이길 가능성은 0%. NUG는 이 값의 의미를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저희를 구원하시고 평생 남을 위해 살아온 네오 님을 모른 척하고 도망가겠다 그 말입니까?!”

참다못한 NUG가 총구를 사이보그에게 겨누어 쏘았고 동시에 사이보그도 게틀링건을 발사했다.

‘팅 티티티팅 팅 팅팅’

그러나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워 워. 제발 좀 진정해주세요 형님들. 우리끼리 싸워서 뭐하는 겁니까?”

BM이 크리티컬 박스로 두 사람 사이에 벽을 만들어 모든 총알을 막았다. 일촉즉발이었다. 다행이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려 했으나 BM이 대신 나서주었다.

“지금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 건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싸우면 안 되죠. 좀만 참읍시다.”

“맞습니다. 지금은 모두 힘을 합칠 때라고요?”

BM과 매지스트가 이어서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두 사람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야 다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속행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기분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화난 두 사람을 중재시키던 BM과 매지스트를 보던 사이코는

“키키킥. 네오가 죽은 이상 중재해봤자 소용없다고?”

‘쾅-!’

회의실 중앙에서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정확히는 주먹으로 벽을 부수는 소리였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회의 첫날부터 조용히, 아니 정확히는 네오 님이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모두를 이끌기 위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있던 나는 

“일렉트릭코 사이코. 이 이상 훼방을 놓는다면 나도 더 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했다.

“…네오 님….”

대답 없는 이름을 부른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눈물이 나오지조차 않습니다. 당신을 위해 평생 흘러야 할 눈물인데 어째서 벌써 메마른 거지요. 왜 당신은 이리도 일찍 저희 곁을 떠나신 겁니까. 당신을 지키기엔 저희의 힘이 모자랐기 때문인가요? 당신의 뜻을 이루기엔 저희들이 부족했기 때문인가요? 어째서 당신이 우리들 중 가장 먼저 떠나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날. 제가 불에 타던 날. 창문 틈에 끼어 등장한 당신을 저는 우습게 보고 시험해 보기로 하였죠. 제가 감히 당신을 시험하려 한 죄, 그 지에 대한 벌을 지금 주시는 겁니까? 네오 님… 모두 저의 잘못입니까?

“….”

당신이 저희를 구원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쓴 이 종이들. 그렇게 구원했는데도 불구하고 구하지 못했다 자책하시며 구겨 버린 이 종이들. 저는 이 종이들을 버리지 않고 모았습니다. 왜냐하면 영웅의 발자취니까요.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해낸 일들은 결코 휴지통에 버릴 종이쪼가리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노력과 희생 덕에 저희는 구원받고 삶을 얻었으니까요.

“그렇게 구원받은 삶을 당신을 위해 바치지 못했습니다.”

눈앞에서 당신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노르망디 그녀가 당신의 손에 그린 하트 문양을 보고 그 여자를 질투했을 뿐입니다. 그 볼펜의 잉크가 독인 줄 몰랐습니다. 제가 좀 더 눈치가 빨랐다면. 좀 더 경계심이 있었다면. 그 간악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강인한 힘이 있었다면. 제가 당신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저희 어둠속의 망령이 당신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군요. 저희는 당신의 곁에 있기에 부족하고 모자랐던 겁니다.”

저희는 구원해준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다 맹세했지만, 그것은 그저 맹세뿐인 거였군요. 힘도 능력도 없는 말뿐인 맹세였기에 저희는 계속 당신을 힘들게 한 것이었군요. 부족한 저희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신은 매일 잠도 못 이루고 밤을 샌 것이었군요. 그런 저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당신의 방 바깥을 나가지도 못해 매일 같은 컵과 숟가락을 쓰던 것이었군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노력했던 저희들의 나날은 당신에게는 방해였던 건가요? 그런가요?

“모두 저희들이 잘못한 것이군요.”

그렇군요. 전부 저희가 잘못했기에 당신이 그 벌을 받은 거군요. 당신을 돕기는커녕 죽여버린 저희의 죄입니다. 죄. 죄. 죄. 네오님을방해한죄네오님을지키지못한죄네오님의죽음을지켜보기만한죄네오님을살리지못한죄네오님의곁에있던죄

당신이 죽었는데도 염치없게 살아있는 죄.

“하… 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저희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네오 님. 지금 당장 죽음으로써 벌을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마. 일렉트릭코 사이코. 이 이상 훼방을 놓는다면 나도 더 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

사이코 녀석의 멱살을 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킥… 키킥…. 이미 멱살 잡고 있잖아?”

“네놈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들먹거리며 회의를 훼방 놓는 놈에게 예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

“경고. 라이베라. 더 이상의 위협은 중지할 것. 당장 동생을 놓지 않으면 발포.”

“사이보그 님. 아까부터 사이코 님을 계속 변호하시는 것 아닙니까? 가족이라고 감싸는 거 보기 좋지 않습니다. 당장 그 팔 내려 놓으십시오.”

“나의 존재 이유는 일렉트릭코 사이코를 보호하기 위한 것. 제안 거부.

“그렇게 나오시면 저도 당신을 쏠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보그와 NUG 두 사람도 일촉즉발이다.

“다들 그만하세요! 싸우면 안 됩니다! 이렇게 싸우면 죽어버린 네오 님께 무슨 도움이 되겠다는 겁니까!”

“크리티컬박스로 다들 가두기 전에 그 손 놔요! 이러라고 네오 님께서 자신의 장례를 늦추라 말씀하신 줄 알아요?!”

매지스트와 BM은 중재에 힘쓰고 있다.

“너 때문에 회의가 소란스러워졌다 사이코. 당장 사과하면 이 손은 내려놓으마.”

“켁… 닥쳐. 내가 틀린 말 했어? 그리고… 이렇게 회의하면 뭐 어쩔 건데? 답이라도 나와?”

“잘못을 인정해라. 사이코.”

“잘못? 웃기지 마. 누가 잘못한 건지 정말 모르겠어?”

“당장 잘못을 인정해라. 사이코.”

까득하고 이를 가는 소리가 나고 그가 소리친다.

“웃기지 마!! 네오를 지키지도 못한 우리가 뭘 하겠다는 건데!!”

“….”

놈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부정할 수 없다. 이놈은 네오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런 행동을 취했던 거다. 녀석을 붙잡은 팔을 천천히 내려놓고 손을 풀었다. 사이코가 바닥에 떨어졌다.

“으악… 콜록콜록….”

내가 멱살을 놓자 뒤이어 사이보그와 NUG도 겨누던 총을 내려놓았다. 여차하면 모두를 막으려 했던 매지스트와 BM도 한시름 놓았다. 겨우 조용해진 것 같던 찰나

“맞습니다. 저희의 잘못은 네오 님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저희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죠?”

닫혀 있던 복도 문이 열리고 그 남자가 들어왔다.

“…웃음귀신? 회의에 참여할 마음이 들었나?”

“저희는 어둠속의 망령. 네오 님의 목적을 위해 존재합니다. 저희들의 목적은 네오 님의 목적입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녀석은 계속 혼자 중얼거린다.

“저희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네오 님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네오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는 왜 아직까지 존재하는 거죠?”

녀석의 가면이 금가고 무너지더니 가면이 점점 섬찟하게 웃기 시작한다. 가면이 움직이다니, 말도 안 되는 광경이다. 이놈이 새 조직원에게 주었다는 그 힘인가?

“네오 님께서 여태까지 한 노력들은 무엇이 되는 거죠? 네오 님께서 지금까지 한 일들은 무엇이되는 거죠? 아아… 네오 님! 네오 님!!”

천장을 바라보며 더는 계시지 않는 그분의 이름을 연호한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건지 계속 공중에 헛손질을 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가면은 점점 무너지고 그 표정은 광기를 띠어간다.

“후후후후후… 사이코 님께서 말씀하셨죠? 네오 님을 지키지도 못한 우리가 무엇을 하겠냐고요.”

그러곤 사이코를 흘깃 바라보았다. 소름이 끼친다. 분명 우리를 보고 있는데 우리를 보고 있지 않다.

“맞습니다. 저희의 목적은 네오 님의 계획을 실재로 만드는 것. 그런 단순한 일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나아가 네오 님조차 지키지 못한 저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죄를 어떻게 씻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돌리며 말한다. 기분 나쁜 시선 속에 담긴 슬픔과 분노와 증오와 후회가 바스러진 가면 너머로 우리를 꿰뚫는다.

“네오 님께서 돌아가신 이상 이 조직은, 그리고 저희는 존재할 의미가 없어졌군요. 그 죄를 참회하고 용서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아아… 아! 하지만 그런 저희에게도 아직 딱 하나. 네오 님께 용서를 구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난 직후 모두의 목을 검수지옥으로 옭아매며

외전소설 네오가 없는 기드 삽화01-0

“네오 님을 위해 전원 죽어주세요.”

!! 모두의 목에 둘러진 검수지옥 가시가 우리의 목을 잘라내기 위해 다가온다. 웃음귀신 이놈, 네오 님을 잃은 죄악감에 미쳐 결국 모두 죽일 셈인 건가! 웃음귀신이 팔을 휘두르고 가시가 목에 닿으려는 그때

“[사각지대]!”

웃음귀신이 온몸이 크리티컬박스에 구속된다. 팔, 다리, 몸통 전부 말이다. 그를 구속하자 우리 목을 찌르려던 가시도 멈추더니 이내 사라진다.

“하아… 하아….”

BM이 가쁜 숨을 몰아내쉰다. 한참 동안 웃음귀신을 구속하였다. 계속 발버둥치다가 이내 진정한 건지 힘을 쭉 뺀다. 진정했다 판단한 BM이 크리티컬박스 구속을 해제한다. 이후 웃음귀신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다가 터벅터벅 회의실을 나갔다.

“…다시 회의를 시작하겠다.”

다들 긴장이 풀리자 힘이 빠진 건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6시 정각이다. 회의를 개시한 지 30분이나 지났지만 싸우기만 하고 진척이 없다. 언제 뇌제와 제후가 침입할지 모르는데 이 사단이라니. 네오 님을 뵐 면목이 없다.

‘쾅!’

회의를 다시 시작하려는 때 닫혔던 회의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웃음귀신이 또 온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청초였다.

“청초?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간 거 아니었나?”

“하아… 하아… 지금 그럴 때가 아냐!”

…설마 우려하던 사태가 일어난 건가?

“뇌제랑 제후가 처들어왔어!”

하늘에서 태풍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며 망을 보던 가스트 윙은 모두에게 전언하였다. 뛰쳐 나간 줄 알았던 다크니스, 나이트메어, 데빌 타임즈가 각각 먼저 문에서 제후들을 막고 있다고 말이다. 이를 들은 청초는 시급히 지하 회의실에 있는 모두에게 전한다. 그러나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건지 통신이 닿지 않았다. 한두 차례 더 시도하다가 이러다간 늦겠다 생각한 청초는 바로 비서실에서 지하까지 내려간다. 그새 제후라도 침입한 건지 복도부터 모든 게 부서져 있었다. 이러니까 통신이 안 닿지라고 청초는 생각했다. 가시 같이 예리한 거로 찌른 것 같기도 하고, 불로 태운 것 같기도 했다. 웃음귀신이 방에서 나와 모든 걸 포기한 상태로 기지 안을 부수면서 회의실로 갔으리란 생각은 청초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뛰어가다 복도에서 웃음귀신을 마주친 청초는 상태의 시급함을 알린다. 웃음귀신은 듣기는 한 건지 멍하니 서 있다 제 갈 길을 다시 갔다. 청초는 이내 무시하고 다시 회의실로 향하여 회의실에 있던 모두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한다. 먼저 다크니스는 남문에서 머슬 게르트루드와 격전 중이었다.

“하아… 하아….”

머슬 게르트루드. 그가 가진 악령 [진공포장]은 주위의 압력을 조절하는 힘이다. 지금처럼 자기를 감싼 기압을 바꾸어 단단한 공기벽으로 공격하러 들어오는 다크니스를 튕겨내거나, 다크니스의 주변 기압을 응축했다가 한번에 터뜨려 다크니스를 피투성이로 만들거나, 자기가 내던진 주먹의 압력을 한점으로 모아 더 세게 만들어 다크니스의 몸을 부수거나 할 수 있다. [체성신경]을 지닌 다크니스는 상대할 수 없었다. 그의 힘은 자신의 신경을 자기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힘인데 아무리 강화해 봐야 접근조차 못하는 괴물에겐 소용이 없었다. 어느덧 싸움은 결판이 나고 다크니스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때 머슬 게르트루드가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다크니스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돈과 힘. 넌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하아… 하아… 힘… 힘이다….”

그리고 동북문에서는 데빌 타임즈가 FEEL과 교착 상태였다. 그가 FEEL을 마주하자마자 그의 시간을 멈추었으나 그의 공격에 대처할 순 없었다. [일시정지]는 생명체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방편으로 생명체 주변의 공기를 모두 정지시켜 FEEL이 못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지만 시간 정지 공격을 받은 FEEL은 즉시 [동병상련]을 써서 자기가 받는 고통을 데빌 타임즈도 느끼게 했다. 이미 몸 곳곳에 상처가 나고 넝마짝인 FEEL, 그가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으나 그가 지닌 두 번째 악령 [무통증]은 FEEL이 아프지 않게 해주었다. 반면 데빌 타임즈는 그러지 못했다. 안 그래도 배의 상처가 있었는데 FEEL이 받던 통증까지 더해져 쇼크가 왔고 정신을 잃었다.

“끄르뜨호히히히! 아프지?? 아프지????”

대상의 동작을 멈출 수 있는 데빌 타임즈가 근접 격투가 머슬을, 신경에 의식을 부여해 고통을 차단할 수 있는 다크니스가 FEEL을 상대한다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가 어디에 올지 미리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결판이 난 곳도 있다. 북문에서는 제후 파르티아가 침입했는데 그곳에 있던 건 나이트메어였다. 자신의 신체를 대가로 대상의 속에 있는 걸 꺼낼 수 있는 [등가교환]의 소유자 파르티아는 나이트메어를 보자마자 장기 하나를 뽑아냈는데 그걸로 결판이 나버렸다. 아직도 장기기증을 받던 환자 나이트메어에게 얼마 남지 않은 장기를 뽑아버렸으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장난감이 쓰러져 상심한 파르티아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나이트메어의 얼마 남지 않은 모든 장기를 뽑아냈다. 하나밖에 안 남은 눈이랑 이식받은 지 얼마 안 된 신장. 장기밀매자들이 뜯다 만 간 등 망가진 장난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다했다. 속이 텅텅 빈 장난감이었기에 뽑아낼 것도 별로 없어서인지 놀이는 금방 끝났다.

“그 녀석 내장을 전부 뽑아주려고 했는데 이게 전부야? 캬캬캬캬! 뭐야 이거! 재미없어!”

실실대며 웃는 파르티아는 길바닥에 텅텅 빈 시체를 던지고 그 위에 자기가 뽑은 장기를 쌓아올렸다. 만족스러웠는지 빙그레 웃고는 지아이디 본사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마주치면 바로 내장부터 뽑는 이 살인귀를 도대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한 명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체 일부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그 마술사라면 말이다.

한편 제후가 침입한 걸 깨닫고 지하에 있던 인원이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1층으로 나온 이들 일행은 바로 각 문으로 향했다. 각 장소에 두 명씩 배치하여 2:1로 승부를 볼 심산이었다. 뛰쳐나간 줄 알았지만, 네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각 문에 먼저 가 있던 동료를 돕기 위해 시급히 달렸다. 가스트 윙에게 현재 상황의 보고를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교전 중인 누군가를 돕기 위해 그쪽으로 날아가 싸우는 중이 아닐까 하고 모두 추측할 뿐이었다. 우선 찢어져서 응전하러 가기로 했다. 남문에는 BM이, 동북문에는 라이베라와 NUG가, 북문에는 청초와 매지스트가 갔다. 아무도 대기하지 않았던 서북문에는 사이코와 사이보그가 갔다. 형제인 데다가 능력 조합이 가능한 만큼 2:1로도 밀리지 않을 거란 기대였다. 그곳이 제후 프리먼이 들어온 곳인 줄 알았다면 두 사람이 갈 일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이게 끝인가?”

얼마 안 가 형제는 제후 프리먼을 만났다. 그리고 바로 저지당했다. 프리먼의 악령 [전자기장]은 대상의 자기장을 이용해 자신으로부터 밀어내거나 끌어당겨올 수 있다. 대상이 금속 따위라면 더더욱 능력을 발휘하기 수월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오토마톤인 메카트로닉스 사이보그와 신체 일부를 오토마톤으로 개조한 일렉트릭코 사이코는 피라미일 뿐이었다.

“싱겁군.”

주변에 기계가 없어 [주객전도]를 활용조차 못하던 메카트로닉스 사이보그를 공중에 띄운다.

“안 돼!! 공격하지 마!!! 안 돼!!!”

프리먼에 의해 밀쳐져 근처 기둥에 붙은 일렉트릭코 사이코가 애원하며 소리쳤다. 또다시 눈앞에서 형이 죽는 광경이 지나가는 것이 두려워 더욱이 애원했다. 그런 프리먼을 막기 위해 수없이 전자포를 발사하고 전기로 그를 내리쳤지만 프리먼은 끄떡없었다. 전기 내성의 힘을 지닌 [절연체]인 줄도 모르고 사이코는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죽지 마! 죽지 마! 사이보그 형!!!”

“시간 낭비 같으니 바로 끝내지. [전자기장]”

“아….”

동생의 절망 섞인 탄식에 아랑곳 않고 고철 조각은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 사이코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피…? 개조인간이었나보군.”

이곳저곳 터진 로봇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인지 기름인지 모를 액체가 동생의 몸을 적셨다. 죽은 형의 시체가 동생을 덮쳤고, 그렇게 동생은 형이 처음 죽었던 방식대로 낙하하던 물체에 깔려죽었다.

남문. 머슬이 침입하고 다크니스가 응전한 장소. 그곳에 BM이 도착했다. 바로 크리티컬박스로 머슬을 구속하려 했으나 기압벽에 막혀 박스는 연신 산산조각 났다. 크리티컬박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대가 나타나 후퇴하려 했지만 갑자기 얼어붙었다. 바닥에 기면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다크니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머슬이 [진공포장]을 이용해 기압을 순식간에 바꾸어 수증기의 어는점을 바꾸었다는 것도. [빙하기]를 이용해 냉기에 버티면서 얼어버린 BM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도 알 턱이 없었다.

“돈과 힘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얼어붙어선 물어볼 수 없겠군.”

그렇게 혼잣말을 마친 머슬은 주먹으로 얼어붙은 BM을 박살냈다. BM이었던 것들이 바닥에 흩뿌려졌고 머슬은 그걸 밟아 으스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턱’

그때 누군가 머슬의 발을 잡았다. 머슬이 내려다보니 그곳엔 ‘힘’을 답하여 살려준 다크니스가 있었다.

“이미 결착은 났다. 손을 놓아라.”

“하아…하아… 돈과 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했지?”

다크니스는 가쁜 숨을 몰아내쉰다. 그리고 머슬을 노려보며 유언을 내뱉는다.

“돈이다 이 개새끼야.”

한편 남문으로 향하던 청초와 매지스트는 피에 물들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파르티아를 만났다. 매지스트는 그를 보자마자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죽이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파르티아는 매지스트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던 건 자기 전 아내와 무서울 만큼 닮은 청초였다.

“이년. 결국 매지스트와 결혼했구나!! 내가 매지스트와 그놈의 친구들을 다 죽이면서까지 경고했는데도 말이야!!!”

격분한 파르티아는 곧바로 청초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어 뽑아내려 했고, 이를 눈치 챈 매지스트는 바로 막아섰다.

‘츄와악’

매지스트의 심장이 뽑혔다.

“매지!!!!”

청초의 외마디 비명을 아랑곳 않고 파르티아는 자기가 뽑은 매지스트의 심장을 으깼다.

“큭…크허억….”

“하아? 매지스트? 살아있던거냐? 뭐야. 팔다리도 다 뽑아놨는데 멀쩡해 보이네?”

“하… 하하하… 이게 멀쩡해보이다니. 역시 당신은 미쳤군요.”

“아니아니, 미친 건 너지. 지금 네 심장을 뽑았다고? 심장은 리스크가 커서 일부러 반쪽만 뽑았어. 봐봐. 내 몸에 새 구멍이 났어! 이렇게나 큰 위험을 부담했는데 네놈이 살아있다니 믿기지 않군! 좀비냐?”

“하아… 하아… 사람의 목숨을 뺏는 대가로 자기는 고작 살점 조금을 바치며 하는 말이… 큰 위험인가요… 정말 당신은 무서운 악마네요….”

매지스트의 말을 칭찬으로 들은 건지 으쓱해하던 파르티아는 들고 있던 로프 다트로 매지스트의 몸을 장난감 갖고 놀 듯 푹푹 찌르며 놀았다.

“파르티아! 그만둬!”

“앙?”

눈물을 뚝뚝 흘리며 파란 불꽃을 내뿜는 청초가 파르티아의 팔을 붙잡았다.

“야레야레 매지스트. 어쩌나? 아래아가 그만둬 달라는…데!”

“끄아아아아아!!!!”

그만두라는 청초에 보란 듯이 매지스트의 얼굴을 찢어 갈겼다.

“제발 그만해!!”

눈에선 물이 흐르며, 팔에선 불이 흐르며 청초는 파르티아에게 부탁했다.

“…파르티아. 제발 매지스트 씨를 놔줘….”

그런 청초를 바라보며 매지스트는

“…도망…쳐요. 더 이상… 누군가 제 눈 앞에서 죽는 걸 보기 싫어요… 언룩도… 에릭도… 크리스틴도… 데드도… 볼프도… 케르베로스도… 아래아도… 메리도… 그리고 네오 님까지…”

있을 리 없던 눈물샘에서 눈물이 흐르며

“제발… 청초 당신까지 날 두고 가지 말아요…”

그런 눈물 섞인 애원을 들은 청초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미안… 아무것도 안 하고 네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

파르티아의 흥미가 자신에게서 청초에게로 넘어간 걸 안 매지스트는 그에게 빌었다.

“파르티아… 제발… 그녀만은 죽이지 말아줘….”

그의 그 말을 듣고 파르티아는 고민했다.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던 걸까 일순 기대했던 매지스트였다. 하지만.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게. 단지 죽을 만큼 괴롭혀줄게!!! 캬캬캬캬!!!!!”

“하아… 하아….”

젠장. 상대가 되지 않는다. 네오 님께서 건네주셨던 자료에 따르면 저놈은 FEEL. 고통을 못 느끼는 자다. 대미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놈은 좀비처럼 다시 일어나 우리를 공격한다.

“쿨럭….”

더구나 자기가 받은 대미지를 상대에게 똑같이 되돌려준다. 난 한 대도 맞지 않았는데도 벌써 온몸이 만신창이에 피까지 토했다. 아무리 [금강불괴]로 녀석의 공격을 막아낸다 한들, 놈이 [동병상련]으로 내게 입히는 내상은 막을 수 없다. 상성이 좋지 않다.

“끄르뜨호히히히!!! 너도 아프지?! 근데 넌 꽤 오래 버티네!! 좋아!!! 아주 좋아!!!”

이미 데빌 타임즈는 과다출혈로 쓰러졌다. NUG 또한 자기가 쏜 총상 대미지를 그대로 돌려받아 쇼크로 쓰러졌다. 나 또한 NUG가 녀석에게 입힌 총상 대미지에, 내가 직접 입힌 피해까지 그대로 돌려받아 만신창이다. 놈을 쓰러뜨리려면 때려눕힐 수밖에 없는데, 그 유일한 수를 쓰면 내가 죽는다.

“…하…하하… 죽는 건가.”

괜찮을지도 모른다. 죽음으로써 제후를 한 명이라도 막아낸다면 말이다. 아까 웃음귀신이 말했던 죽음으로 네오 님께 사죄하는 것이 틀린 건 아니었구나.

“흐아아아아압!!”

온 힘을 다한 주먹을 놈에게 내지른….

“크억!”

말 못할 고통을 심장에 받았다.

‘털썩’

FEEL에게 최후의 일격을 내지르려던 라이베라가 심장을 부여잡고 쓰려졌다.

“이런… 친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친구. FEEL의 친구가 되려면 그가 느끼는 모든 고통을 버티는 그와 같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 마지막, 심장에 직접 오는 고통은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이었다. 아쉽게도 라이베라는 FEEL의 친구가 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내 유일한 친구 다크니스였다면 버텨주었을 텐데.”

그렇게 그는 자기 친구를 찾기 위해 산업단지로 절뚝절뚝 걸어들어간다.

“정말이지. 끈질기게도 버티시는군요. 그것이 [영혼불멸]이라는 악령인가요?”

다른 조직원분들이 모두 격퇴당해서 뇌제의 침입을 허용한 것인지. 혹은 모두의 허를 찔러 하늘에서 날아오기라도 한 것인지. 뇌제 님께서는 6시 30분을 얼마 넘기지 않은 지금 어둠속의 망령 기지에 도착하셨습니다.

“후… 후후후후후후…. 사람의 몸을 신기하단 듯 푹푹 찌르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그건가요?”

“어머. 비키라는 경고를 무시한 건 웃음귀신 님 아닌가요? 말을 듣지 않았으니 그에 따른 처벌을 내렸을 뿐입니다.”

“당신의 말이 법이라도 된단 겁니까?”

“네. 맞아요. 그런 저를 몰아내려 했으니 네오 님은 죽음으로써 그 대가를 치른 것이고요.”

이 앞은 네오 님이 보유하고 계신 3개의 마석이 있는 공간. 저희 어둠속의 망령의 정보는 이미 노르망디 님의 입으로 대부분 전해 들으셨겠지요. 그렇다면 악령연구에 모든 걸 쏟아붓는 뇌제라면 절대 지나치지 못할 공간. 바로 이 마석보관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앞을 막은 저도 죽겠군요.”

“안타깝게도 그렇답니다.”

죽음. 네오 님을 지키지 못한 저에게 내려질 당연한 벌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노르망디 님은 이곳에 안 오셨습니까?”

“이곳에 온 건 저와 4명의 제후뿐입니다. 답변이 되셨는지요?”

아아. 죄송합니다. 네오 님. 당신의 복수를 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그년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음… 원래 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취소됐다네요. 그래서 새로 사귄 친구랑 놀고 있다고 했어요.”

“그것은 오롯 님의 이야기가 아닌가요?”

“하하하. 저는 질문에 대답했을 뿐입니다.”

“하다못해 죽기 전. 네오 님을 죽인 그 여자를 직접 찢어발기고 싶었습니다만…”

“웃음귀신 님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한들 제가 막을 겁니다. 그분은 아주 소중한 소재니까요.”

“….”

외전소설 네오가 없는 기드 삽화02-0

말 없이 하늘을 보니 네오 님과의 나날이 스쳐지나갑니다. 마석 따위보다 제가 더 중요하다고 하던 당신의 따뜻한 말들이. 얼굴도 모를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던 영웅의 고뇌가. 제가 지아이디에서 적응을 잘하는지 신경 써주시던 따뜻한 마음씨가. 라이베라 님께서 한 요리를 먹고 맛있다며 매일 해달라 부탁하던 당신의 미소가. 아들이 그린 당신 얼굴이 정말 미남이라며 기뻐하던 웃음이. 항상 일만 시켜 죄송하다며 청초 님께 건강을 챙겨주던 당신의 온정이. 정말이지… 당신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변만 돌보던 당신의 매일매일이 떠오릅니다.

“같은 악마로서 그리고 진귀한 연구대상으로서 웃음귀신 님을 죽이는 건 피하고 싶어요. 웃음귀신 님만 괜찮으시다면 제 밑으로 들어오실래요?”

“… 그 계집, 노르망디 님을 제 손으로 직접 죽일 수 있다면 어떤 짓이든 하겠습니다.”

“아하하. 아쉽네요. 다른 제후분들은 몰라도 노르망디 님만은 못 넘겨드리겠네요. 죄송합니다.”

“….”

“죽기 전 마지막 부탁이랑 남기실 말씀 있으신가요? 저와 같은 악마이시므로 특별히 어떤 요청이든 받겠습니다.”

부탁. 제가 부탁할 일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 시체는 맘대로 하셔도 좋으나 부디 네오 님의 몸만은 건드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비록 반역자이시나, 악마 님의 부탁. 네오 님의 장례는 저희 제국에서 큰 예를 다해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남기실 말씀은?”

…제가 마지막으로 말씀을 남길 분은 이 세상에 한 분뿐이지요.

“……네오 님. 마지막으로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로즈니 님께서 제 말을 모두 책에 옮겨 적으신 후 저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시길.”

네오 님….

한낱 도구였던 제가 당신과 만났을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삶이 끝난 지금, 보잘것없는 저는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아아. 네오 님. 비록 하루 늦었으나 당신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외전소설: IF 네오가 없는 어둠속의 망령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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