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트스타와 오롯 영그린의 퀴즈쇼, 그리고 큐트스타와 블루스타의 갈등에 관한 소설
전문[]
“자! 여러분!! 지금부터 블루스타 퀴즈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신이 난 그레이 아저씨가 마이크를 들곤 요란을 떨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지금 이곳 고통의 맛 식당에는 별별초 학생들과 지역신문 기자 그리고 스타시티 경찰 등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후끈후끈 대회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쪽팔려. …죽고 싶다.”
하지만 나 블루스타는 너무너무너무 쪽팔리다. 동네 사람이 모여서 한다는 게 내 퀴즈대회인 것도 문제지만.
“야 허연 치킨무. 다시는 내 블루에게 집적대지 못하도록 네 코를 파삭 밟아주겠어.”
무대 위 선수자리에 앉아 오롯을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큐트와
“치킨무!! 맛있잖아 그거!! 그레이 오빠! 여기 치킨무 하나!!”
무대 위에서 치킨무를 시켜 먹는 오롯
그리고
“어이어이 이 대회의 압도적인 우승 후보는 바로 나 영그린이라고? 블스하렘의 초기 멤버를얕보지 마.”
영그린까지.
사건은 오늘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있지. 블루. 솔직히 말해. 너 바람 피우고 있지?"
"????????????"
아침. 큐트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언짢단 듯이 내게 묻는다.
"큐트. 도서관 일은 잘 끝냈어? 이른 아침부터 일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나 말고 만나는 여자 있지?"
"아니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다른 애를 만나??"
"웃기고 있네. 그럼 쟨 뭐야!!!"
큐트가 소리를 왁왁 지르며 가리킨 건 내 다리를 베개 삼아 누운 채 휴대폰으로 게임 중인 오롯이었다.
"야호! 안녕 큐트! 난 오롯이라고 해!"
"아 그러시구나!! 근데 왜 내 남자친구 다리를 베고 누워 계실까?????"
"?? 불륜이랑 큐트랑 둘이 사귀는 사이였어?"
"좋아. 오롯 너 옥상으로 올라와."
큐트가 이성을 잃기 전에 둘을 중재한다.
"둘 다 그만! 큐트야 전에도 말했지? 난 코 푼 휴지한테는 아무 감정도 안 느낀다고."
"하지마으으은~~! 으으으웅~!!"
큐트가 애교를 떨며 불만을 표시한다. 이내 나한테 안기며 휴지쪼가리를 밀어낸다.
"저기요? 난 오롯이야. 휴지가 아닌데??"
오롯이 전학 오고 어느덧 일주일. 녀석은 반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원래 우리 6-6=0반이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이 녀석이 나랑 너무 친하게 지내려 한다. 물론 나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근데 오롯의 정도가 지나치다. 지금처럼 큐트 앞에서 그녀의 질투를 일으키는 건 기본이요 자아공유 하자고 시도때도 없이 들이밀거나 땅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다 나보고 먹으라는 등 정도를 지켜주면 좋겠다. 하지만….
"블루. 내가 말했지? 아침에 가장 먼저 블루랑 만나 얘기하는 건 나라고."
"넹"
"근데 왜 약속 어겼어?"
"아니 그렇지만, 오롯이 인사해 오는데 무시할 순 없잖아?"
"무시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부모님한테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도. 동생들한테 잘 다녀오란 말도 하지 마."
"큐트 씨? 아무리 그래도 가족한테 인사는 해야죠?"
"…알곤 있지만 질투나는걸."
큐트도 큐트대로 독점욕이 커서 이따금 곤란하다. 다행히도 선은 지켜주지만 최근 오롯과 얽히면서 큐트가 폭주하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
"있지있지. 블루는 내 거지? 그렇지??"
"엥 아닌데에??? 불륜은 내 건데에에???"
"으아아아아아아!!! 시끄러 젓가락포장지!!!!"
"야!! 젓가락포장지라니 난 오롯이야!!!"
아무래도 싸움이 날 거 같다. 어떡하지. 나로서는 손쓰기 힘든 지경이 됐다. 누가 좀 도와줘.
"아무래도 프로해결사 옐로가 나설 때 같네."
뒷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옐로스타가 다가오며 말했다.
"옐로스타. 갑자기 뭐야."
"뭐뭐. 평소 내 동생을 돌봐준 감사인사 겸. 1교시 수업 대신 치정싸움을 구경하고 싶단 우리 반 모두의 바람이라고."
주변을 돌아보자 반 친구들은 물론 호랑이 선생님과 생선 선생님까지 삼삼오오 모여 큐트와 오롯의 다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게?"
"지켜만 보시라. 진부하지만 확실한 해결책이 있지."
옐로스타가 박수를 치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면 큐트스타와 오롯. 이렇게 담판을 짓는 건 어때? 내가 블루스타에 대한 퀴즈를 낼게. 가장 많이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옐로스타의 제안에 큐트와 오롯 두 사람이 대답한다.
"흐으응…. 좋아. 여친인 내가 이기겠지만."
"후후후후. 젓가락포장지한테 패배하고 울며 발악하는 네 모습이 선한데?"
"덤벼. 다신 나불대지 못하게 해줄게."
그렇게 옐로의 중재로 큐트와 오롯의 싸움이 시작하려 할 무렵.
"어이 잠깐. 한 명 잊은 거 같은데???"
그때 누군가 교실 문을 열고 끼어들었다. 이 말을 듣고 놀란 큐트와 오롯.
"뭐?? 블루 너 삼다리야???"
"크으으으!!!! 역~씨 불륜스타님!!!!!"
날 죽일듯이 노려보는 큐트와 내게 존경을 표하는 오롯.
"아냐!!! 저놈이 누군지 좀 봐!!!"
갑작스레 이 사랑과 전쟁에 난입한 건 바로
"영그린 님이지롱!!!!"
그렇다. 미친놈이었다.
“자! 지금부터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3문제를 맞히면 우승! 정답 여부는 거짓말 탐지기를 단 심사위원 블루스타 군이 판별합니다!”
“아빠!! 경찰서에서 거짓말탐지기까지 들고 오신 거예요?!”
대회장 한쪽에서 식사를 즐기던 경찰 일행 사이 아빠 다크블루스타가 벌떡 일어서셨다.
“걱정 마렴 아들. 이 아빠가 네 속마음을 만천하에 공개해주마.”
간만의 호화회식에 들뜬 경찰관님들이 무대 위의 내게 일제히 경례하셨다. 오늘은 드물게도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찬 고맛식이었으니 말이다.
“정말…좋은 기삿거리야.”
달팽이스타를 포함한 취재진들도 한 편에서 식사를 즐기며 틈틈이 사진을 찍으며 기사를 쓰고 계셨다.
“야 인터넷 들어가 봐. 벌써 기사 떴다. 스타시티에서 블루스타 퀴즈대회가 개최.라고. 야 축하한다.”
휴대폰을 들고 내게 보여주는 옐로. 줘 패고 싶다.
“그럼 첫 번째 문제! 블루스타의 장래희망은?”
‘띵동’
“네. 버튼을 가장 먼저 누른 영그린!”
“정답! 영그린스타!!!”
아빠가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보시곤 실로폰 채를 드셨다.
‘땡’
뭐야 실로폰은 언제 챙겼대.
“띵동!”
“버튼 누르는 소리를 굳이 입으로 낼 필욘 없지만… 좋아! 기회는 오롯!”
“정답은……경찰!!”
음식을 집어든 모두의 손이 굳는다. 온 시선이 내게 쏟아진다.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를 기다린다. 결과를 확인한 아빠가 실로폰 채를 든다.
‘딩동댕동~’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회장이 뜨거운 함성에 휩싸인다. 얼싸안아 울고 자기들끼리 헹가래를 한다. 아니 이게 뭐라고 저렇게 시끄러워.
“실은 다들 배팅했거든. 누가 이길까 하고 말야.”
옆에 있던 영그린이 내 표정을 읽곤 답해준다. 이 인간들. 그것 땜에 모인 거였어?
“자자! 침착! 곧바로 두 번째 문제 나갑니다! 블루스타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띵동’
“정답은 영그린!!!”
“아 네. 이건 따져볼 것도 없이 오답이고요.”
“띵동!”
“기회는 입으로 소리를 낸 오롯!”
“뭣… 왜 이리 빨라!”
손보다 빠른 입에 큐트가 당황한다. 이 문제도 오롯이 맞히면 2:0:0으로 오롯이 압도적인 리드를 하게 된다. 이때 오롯이 답한다.
“정답 제니퍼!!”
“끄으아아앗!!”
큐트가 머리를 감싸안으며 소리친다. 오롯이 답을 말했단 사실에 경악한 거로 보인다. 잠시 후 내 심리판독 결과를 본 아빠가
‘딩동댕동~’
하며 실로폰을 울렸다.
“야 3점 중 벌써 2점을 땄다고! 이거 오롯이 이기겠는걸?”
“아싸 오롯한테 걸길 잘했어.”
경내는 오롯의 승리를 확신한 듯 소란스럽다. 그 와중 무대에 올라와 내게 방금 뜬 속보 기사를 보여주는 옐로. 줘 패고 싶다.
“이제 세 번째 문제 나갑니다. 블루스타가 생각하는 자기의 가장 멋진 순간은?”
“뭐야 이 문제!!!!”
모두의 앞에서 망신살 주려는 악의밖에 보이지 않는 문제다. 크윽… 그레이 아저씨가 이쪽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일부러 낸 문제구나.
“띵동! 위기에 빠진 미소녀 오롯을 구했을 때!!”
오롯이 확신에 찬 듯 대답을 말한다.
‘땡’
듣다가 빡친 내가 아빠의 실로폰 채를 빼앗아 쳤다.
“암 암. 미소녀 오롯은 아니지.”
“맞아. 블루스타가 화날 만해.”
음식을 먹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어라??? 나 괜찮은 편 아냐??”
오롯이 당황해하며 청중에게 동의를 구하지만 모두 무시한다.
‘띵동’
그때 울린 버튼음. 큐트였다.
“네! 기회는 큐트스타!”
“무지개 장미를 들고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저에게 고백했을 때입니다.”
으아아아아아!!!!! 오오오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딩동댕동~’
“정답!! 이로써 2:1:0으로 큐트스타가 오롯을 따라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자료화면 다함께 보시죠.”
으아아아아아아아!!!! 아니 왜 이게 자료화면으로 남아있는 거야?!?!!?!?
“마을 제일의 기자 달팽이스타 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서로에게 윙크와 브이를 보내는 큐트와 달팽이스타. 으아아아!!!! 모두한테 공개된다!!!!
“이건 너를 향한 나의 열정! 그리고 나의 마음!!”
우와아아아아앗악옥악악악아!!!!!!!!!!!!!
한참의 상영회가 끝났다. 아아. 큐트는 되게 기뻐보인다. 영상을 본 모두는 부끄러워한다.
“크흠…. 아들. 대견해. 멋지구나.”
오늘 블루스타 수치플레이 특집인가.
“자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문제 나갑니다. 블루스타가 좋은 점 3가지!”
뭐…뭣?!?!
‘띵동’
“큐트스타! 정답은?”
“공부 잘하는 점! 잘 챙겨주는 점! 그리고 나만 사랑하는 점!”
‘딩동댕동~’
“이야아아아아! 이번 문제를 맞히고 큐트스타가 오롯과 함께 선두로 치고 올라옵니다!!”
큐트스타의 고백을 듣고 모두가 기립박수를 친다. 큐트가 정답을 외치곤 날 보며 웃는다. 손까지 흔들면서 ‘나 잘했지?’라며 신나 보인다. 나까지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뜨겁다. 한편 옐로는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속보로 올라온 큐트♥블루 기사를 보여주며 실실댄다. 좋아 옐로스타 매벌이 30스택이다. 두고 봐.
“후흐흥? 봤지 오롯? 내 승리가 코앞이네.”
“아으아우아우우유아”
“뭘 자랑이라고 먹으면서 얘기하는 거니.”
다들 아직도 큐트의 고백에 시끌벅적하다. 어느 정도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고 그레이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는다.
“후후후후. 다들 후끈후끈 해지셨나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문제! 블루스타의 첫키스 상대는?!”
!?!?!?!?!?!?!?!?!?!?
“아…아들!!! 대견해!!!”
따봉을 쉴 새 없이 날리시는 아빠. 그리고 날 보며 배가 찢어질 듯 웃는 그레이.
“띵동! 정다흔 알파!”
그새 먹을 걸 들고 우적우적 먹고 있던 오롯이 대답했다.
‘땡’
‘띵동’
오답 소리가 들리자마자 큐트가 버튼을 눌렀다.
“흐흥~ 한낱 오롯 따위가 나와 블루의 사이를 알 리가 없지! 우승은나라구!! 자! 정답은 큐트스타!”
‘땡’
“어?”
“어?”
“어?”
나도 큐트도 실로폰을 친 아빠도 당황했다.
“거짓말탐지기는 큐트가 아니라고 나오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아들아. 설마 다른 여자랑??? 대견해!!!!!!!!!!”
“뭐야 블루!!!!! 이게 뭐야!!!!! 설명해!!!!!”
혼돈에 빠진 대회장. 기자들이 갑자기 분주하게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띵동’
일순 혼란을 틈 타 버튼을 누른 영그린이 대답한다.
“정답. 영그린스타!!!”
“아니 뭐야 또 자기를 정답이라 한 거야? 셋 다 틀렸으니 이 문제는 없던….”
‘딩동댕동~’
“????”
모두 놀라하며 나와 영그린을 바라본다. 아니 미친 이게 뭐야. 3초간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후 기자들은 미친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옐로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스캔들기사를 보여줬다.
“뭐야 블루!!!! 왜 이딴 거랑 뽀뽀한 거야!!!”
“그렇군. 바람스타의 취향은 샐러드 드레싱 소스 같은 아이였군.”
“오해야! 이건 인공호흡이었어!! 일단은 생명이라서 살렸을 뿐이야!”
“어라??? 왜 딜이 전부 나한테 박히지??”
파란이 일며 대회장이 소란에 휩싸였다. 보다 못한 그레이 아저씨가 마이크를 다시 잡고 상황을 진정시켰다.
“어허. 조용 조용. 현재 오롯과 큐트스타가 2점으로 선두. 뒤이어 영그린스타가 각 1점을 얻었습니다. 자 누가 우승할지 너무 기대되는군요!!!”
대회 상황을 정리하곤 다음 문제에 나선다.
“자 문제 나갑니다.”
?? 그레이 아저씨가 말하다 말고 날 보며 씨익 게슴츠레 웃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다.
“블루스타의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 저 아저씨 일부러 사람 많은 곳에서…. 질문의 저의를 알아차렸냐는 듯 그레이 아저씨가 날 보며 화성 때와 할로윈 때 보았던 그 눈웃음을 보낸다. 나와 아저씨 둘의 상태를 모르는 오롯과 영그린은 버튼을 누르곤 정답을 외쳤다.
“띵동! 정답은 오롯과 자아공유할 생각!!”
“아냐! 정답은 바로 이몸 영그린에게 바칠 사랑의 세레나데 생각!!!”
아빠가 거짓말탐지기로 나온 내 심리상태 결과를 보곤
‘땡 뗑’
둘 다 틀렸다 하셨다.
“자! 둘 모두가 틀렸으므로 기회는 큐트스타에게 넘어갔습니다.”
모두의 이목이 큐트에게 집중됐다.
“자아~ 큐트스타 양? 사실대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
큐트스타가 망설이다가 버튼을 눌렀다. 몇 초 동안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지켜보던 오롯이나 영그린, 관객들까지 의아해할 무렵 그레이 아저씨가 마이크를 집었다.
“자.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레이가 날 보며 배시시 웃고는 답을 말하려는 순간.
“정답!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친구인 내 생각!”
큐트가 그레이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아빠가 거짓말탐지기에 나온 결과를 보고 실로폰을 치려할 때 그레이가 실로폰을 빼앗고서는
‘딩동댕동~’
“네!! 정답입니다! 와우 큐트스타 양 알고 계셨으면 더 빨리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하마터면 제가 모두에게 말할 뻔했잖아요.”
“…그, 그러게요. 하하하. 제 입으로 말하다니 조금은 긴장돼서요.”
어색하게 웃는 큐트. 아빠는 그레이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신 건지.
“이봐 거짓말탐지기는….”
“자자~! 이로써 3점을 먼저 획득한 큐트스타가 블루스타 퀴즈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에게 항의하려 했지만 그레이가 일방적으로 대회를 끝내버렸다. 식당의 모두는 눈치채지 못하고 다들 신나한다. 챔피언의 탄생을 축하하며 즐겁게 먹고 마신다. 그새 기사가 올라간 건지 옐로가 큐트의 우승 소식 인터넷기사를 내게 보여준다. 그레이는 날 몇 초간 응시하더니 씨익 웃고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행사를 마무리한다. 아빠는 탐탁치 않으신 모양이셨지만 넘어가기로 한 것 같다. 그레이의 저 희희낙락한 모습 뒤에 감추어 둔 의중. 그 진의를 아는 나와 큐트 두 사람만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소스처럼 굳어갔다.
“있지 블루. 괜챟아?”
대회가 끝나고 엘로에게 업보 50스택을 갚아주고 돌아가는 찰나 큐트와 만났다.
“어? 안 돌아갔어?”
“응. 걱정돼서.”
“걱정돼? 에이 옐로가 장난친 만큼 꿀밤 먹이긴 했어도 옐로랑 싸우진 않어.”
“그거 말구. 대회 마지막 문제로 그레이 아저씨가 한 말 때문에.”
“아아… 그거.”
아무래도 큐트를 신경 쓰게 만든 모양이다.
“미안해. 괜히 나랑 아저씨 때문에 걱정 끼쳤네.”
“또 그 소리.”
“어??”
“나한텐 그런 소리 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손을 잡는다.
“너를 좋아하니까 걱정하는 거야. 거기에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미안할 일이야?”
“…응 알았어. 이젠 안 그럴게.”
“그리고….”
큐트가 날 응시하며 입을 뗐다.
“아무도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머금고서.
“그레이 아저씨야 옛날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시잖아. 오늘 한 건 장난이 과하긴 했지만…. 그건 블루 네가 기운 내라고 한 거였을 거야. 더는 그런 나쁜 생각 할 필요 없다고 말야. 그러니까 이제 ‘난 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마. ……. 나 무서워.”
“…. 그랬구나.”
“…내 맘 알아준 거야?”
“……응.”
“다행이다. 그럼 이제 자기가 필요 없다느니 그런 말일랑…”
“아니. 네 맘은 알았지만… 난 필요 없는 존재가 맞는걸…”
내 말에 큐트가 화난 것 같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직도 누가 너보고 그러는 건데!!! 그레이 아저씨??”
큐트의 눈물에 찬 분노는 나를 힐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고마웠지만 더욱 말하기 힘들었다. 그들의 정체를 말하면 큐트는 당장 찾아가서 담판을 지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 악당들이 큐트를 어떻게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니까.
“……널 죽이려는 게 어둠속의 망령이야?”
그리고 큐트의 입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그 누구도 맞히면 안 되는 정답.
“…뭐?”
“역시 맞구나. 어둠속의 망령.”
“아냐! 그냥 테러리스트 이름이 나와서 놀랐을 뿐이야.”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지만 큐트는 눈치 챘나보다.
“…이 얘기는 오늘은 더 하지 말자. 하려 해도 네가 입을 안 여니까.”
“…응.”
큐트와 돌아가는 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둠속의 망령.”
블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온다. 방에 들어와 화이트보드를 본다. 어둠속의 망령과 관련된 모든 정보. 지난 성탄절에 일으킨 SSC테러만이 그들의 유일한 공식활동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기자 어머니와 정치인 아버지 덕에 이곳저곳에서 들은 정보들이 내 방 화이트보드에 망라돼 있었다.
“뉴시티에서 발전소와 공사장 등을 불법점거해 소란을 낸 괴한들.”
어머니가 찍었지만 무언가의 공작으로 기사화되지 못한 사진.
“오렌지 가문에서 도난된 성스러운 보석.”
노란색 구슬에 주황색 문양이 그어져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트레져스트 발굴단에게 후원된 이상할 정도로 많은 금액. SSC테러 이후 종적을 감춘 오토마톤 크리에이터. 그 와중에 인형 기술 보급에 투자하는 지아이디. 게다가 귀신 사건으로 골치인 경찰 가족들에게 휴가비 지원을 한 지아이디. 때마침 그곳에서 블루에게 일어난 귀신들의 습격. 그날 이후 모습을 감춘 귀신. 별별초에 현장체험학습 제의를 한 지아이디. 그리거 제후설이 돌고 있는 그곳의 부행장 네오.
“그리고 SSC테러 당시 목격된 지아이디 보안팀 팀장 라이베라. 블루가 만난 건 이 남자였어.”
계속 블루와 얽혀 있는 지아이디.
그리고 지아이디와 얽힌 어둠속의 망령.
이 실타래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지금 블루를 죽이려는 건 이놈들이야.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그날. 전부 밝혀내고 블루를 지키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