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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타의 점프점프 시리즈의 외전소설



전문 편집

나의 녹색 히어로를 만난 건 정말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 손에 맡겨진 나 천리는 방치되다시피 하며 자랐다. 나의 세상은 작은 창고방이 전부였고 나의 친구는 거미와 바퀴벌레 그리고 지네였다. 가끔 나를 물어서 퉁퉁 붇고 아프기도 했지만 양부모가 나를 때리는 것보단 나았다. 그렇게 어제보다 못한 내일을 기다리며 또다시 잠에 든 어느 날 밤이었다. 창문이 깨지고 가구가 부서지고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또 이모 부부가 싸우는구나 싶어 창고문을 잠갔다. 또 분풀이로 맞는 게 무서워서.

“입 닫아! 또 찔리기 싫으면!”

그런데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가 데려온 새 남자친구일까 아니면 이모부가 데려온 질 나쁜 친구일까.

“목숨만은 살려줘! 돈은 다 줄게! 응?!”

이모부가 저러는 걸 보니 친구는 아닌 거 같다. 이모의 새 남친 같은데 아까부터 계속 물건을 부수고 뒤적거리는 소리밖에 안 난다. 발소리랑 목소리를 보아 하니 여러 명 있는 것 같았다. 남자친구가 아닌가? 호기심에 결국 잠긴 문을 열고 조심스레 틈새로 밖을 보았다.

‘우와 칼이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칼을 들고 있었다. 피가 묻어 있다. 아저씨의 반대편에는 칼에 찔린 이모가 칼에 찔린 다리를 꾸욱 지혈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피 많이 난다.’

내가 맞았을 때도 저렇게까지 피는 안 났는데 역시 칼에 찔리면 아픈 것 같다. 난생 처음 보는 이모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니 엄청 아픈 것 같았다.

‘아저씨들이 많네. 앗 아줌마도 있다.’

2명의 아저씨에 1명의 아줌마였다. 이모부가 저러는 걸 보니 이모부의 친구도 아니고, 이모가 우는 걸 보니 남자친구도 아닌 것 같았다.

‘누군지 모르겠네… 나만 안 때리면 좋겠다.’

이 서랍 저 서랍을 뒤적이는 아줌마랑 칼을 들고 이모 부부를 겁주는 아저씨. 어라? 아저씨 한 명이 어디갔…

“꼬마애다!”

“히익!”

문틈새로 보고 있던 나랑 눈이 마주쳤다. 너무 놀라서 바로 문을 닫고 잠갔다. 밖에서 문을 억지로 열려는 듯 쿵쿵거렸다. 싫어. 또 혼나는 거야? 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상자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귀를 막고 있어도 문을 부수려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그러나 이상하게 곧바로 소리가 잠잠해지더니 아저씨랑 아줌마들이 아파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그러나 머지않아 그 소리는 그쳤고 뒤이어 이모부네가 연신 살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누가 또 온 건가?’

잠긴 문을 또다시 살며시 열었다. 문앞에 아까 나랑 눈이 마주친 아저씨가 있었다.

‘피 많이 나네. 죽은 건가?’

그 아저씨 말고도 다른 아저씨랑 아줌마도 이쪽저쪽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모부네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녹색 오빠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녹빛을 띠는 피부에 녹색 망토. 게다가 녹색 두건까지. 언뜻 보이는 옆모습으로 그 오빠의 초점 없는 공허한 눈이 보였다. 두 분은 녹색 오빠에게 아까부터 고맙다고 하고 있었다. 이 오빠가 아저씨랑 아줌마를 죽인 것 같았다.

‘스윽’

근데 갑자기 녹색 오빠가 칼을 들어올리더니

“끼아아아!!!”

이모를 찔러댔다. 돼지처럼 비명을 지르다가 픽하고 쓰러졌다.

‘우와… 멋지다.’

당황해하는 이모부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모. 무슨 짓이냐고 화내는 이모부에게 녹색 오빠가 말한다.

“내가 살린 목숨을 내가 다시 죽이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 말을 마치자 바로 녹색 오빠가 이모부를 죽였다.

“후우~ 아아 상쾌하다. 역시 구해줬을 때 기뻐하던 연놈들을 찔렀을 때 보여주는 그 절망과 당혹이 섞인 표정! 언제 봐도 질리지 않네.”

히어로다. 이모부까지 찔러 죽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이곳에 갇힌 나를 구해주러 온 히어로. 악당인 이모 부부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린 멋진 영웅. 집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비싸보이는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히어로가 문틈새 너머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음?”

나를 보고 의아해하던 히어로는 칼을 이모부의 시체에 꽂은 후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멀뚱멀뚱 눈이 마주치기를 수 분. 히어로가 무엇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뭔가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아무 생각이 안 드는걸….

“오! 너도 나랑 같구나!”

“네?”

“난 동료는 해치지 않아! 동료니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기꺼워하던 히어로는 문을 열고 나가며 나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그럼 바이바이~”

“바…바이바이!”

그것이 나와 히어로의 만남이었다.






이 이야기의 시점은 비밀의 전학생 편 시점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연락드렸던 생명보험설계사 천리입니다.”

그날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친척까지 잃고 고아가 된 나에게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아빠의 친구라며 와서는 별무덤이란 곳에 데려갔다.

“고객님께서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시므로 이쪽의 보험을 추천합니다.”

우리 아빠는 그곳의 저승사자 중 한 명이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영혼을 추징해야 할 스타베리아 여자와 눈이 맞어 결혼했다 한다.

“당장 가입하고 10년 이내는 지급받는 보험금의 양이 적습니다만 10년을 넘어가면 지급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액이 급증합니다.”

별무덤이나 저승사자가 영혼추징을 포기하는 규정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혼인이라 한다. 저승사자로서의 권능과 직위를 모두 포기하고 그 자식을 별무덤에 공납하는 대신 별무덤은 해당 영혼의 추징 기한을 영구적으로 포기한다고 한다.

“고객님께서는 소위 위험직종군에 종사하고 계시므로 이쪽을 추천합니다.”

별무덤이 저승사자 한 명을 잃고 영혼까지 포기하면서도 혼인을 허락하는 이유는 하나. 부부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저승사자의 권능을 유전받기 때문이다. 즉 당장의 인력 하나와 영혼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저승사자 인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남겨질 자녀분을 위해서도 지금 사망보험금을 드시길 추천하는 바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급받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던 아빠였다지만 죽는 것이 운명이었던 건지 부모님은 나를 낳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딸 천리의 양육이 문제가 되었다. 아빠는 저승사자시므로 스타랜드에 가족도 친척도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엄마의 친척… 그러니까 이모 부부께 내가 맡겨졌다.

“네. 두 분 모두 계약 감사합니다. 여기 제 명함 드릴 테니 문의하실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원래 별무덤에서는 이런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공납받기로 했다 한다. 어린 아이를 부양할 만한 제도도 인력도 없고 그럴 환경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어른이 된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 그런 위험한 곳에서 어린애를 기른다는 건 암만 저승사자들이라도 손사래를 칠 일이다.

“…이걸로 오늘 보험사 일은 끝났네요.”

그러나 친부모를 잃은, 나아가 친척에게 학대당하기까지 한 나를 별무덤은 방치할 수 없다 판단했고 나는 특례로서 어린 나이에 별무덤에 가 저승사자 아저씨의 손에 자랐다. 어둡고 무서운 곳이었지만 적어도 그 창고방보다 덜 어두웠고 이모 부부보다 덜 무서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별무덤에서 꽤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 별무덤에서 자란 내가 아저씨의 밑에서 배운 건 단 하나.

“이제 오늘의 저승사자 일을 시작할까요.”

바로 저승사자 천리로서의 임무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집 안을 걸어들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자쪽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남자쪽은 새빨갛게 보인다.

‘남자쪽은 상담했을 때 특별한 지병은 없다 했고, 종사 직종이 경찰 즉 위험직종이었으므로 이르면 내일 사고로 죽겠네요.’

이것이 아빠께 물려받은 저승사자로서의 권능인 귀안(鬼眼)이다. 가까운 시일 내 죽을 사람일수록 빨갛게 보인다. 저 여자처럼 먼 미래 늙어 죽는 경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남자처럼 머지않아 죽는 경우 새빨갛게 보인다.

‘…저 부부 딸이 있었군요. 나이도 꽤 어리고….’

내가 저승사자로서 수행하는 공무는 미수급영혼의 강제추징이다. 저승사자가 수급을 누락한 영혼이나 마땅히 죽어야 함에도 운명의 궤에서 벗어나 살아남은 영혼, 심지어 저승사자를 격퇴해가며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영혼도 있다. 이런 혼의 강제추징여부를 파악하고 회수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미추징영혼이란 게 흔한 것도 아니기에 반달에 한 번 일이 배당된다.

‘이대로면 저 아이는 아버지 없이 자라겠네요. ….’

저승사자로서 혼 하나가 별무덤에 돌아가길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쓸데없는 정입니다. 이제 일하러 가볼까요.”

열흘 전 2월 1일 지급받은 두루마리를 열자 그곳에는 이번 보름간 강제추징 여부를 파악해 보고해야 할 영혼의 목록이 있었다.



일시: 스타베리아력 2011년 2월 상반기

담당자: 천리

이하 강제추징여부 확인 대상

동부 달나룻길 지하. 미상의 혼결합체. 상시 거주.

서부 별어름길 종합운동장. 강한 영력의 검은 스타족. 스타시티 기준 10일 오후 5시.




그리고 맨 밑에는 지난 11월부터 모든 저승사자들에게 명령된 특수임무가 있었다.



별무덤 사건을 초래해 별무덤의 질서를 해치고 위신을 저해한 Mr.Devil 발견 시 즉시보고



작년 10월 31일에 별무덤에서 일어난 소동은 나도 들었다. 신원불상의 존재가 별무덤의 차원에 간섭해 생자를 저승으로 끌어들이고 또 일부 혼을 생자의 세계로 반출했다 한다. 전무후무한 테러에 별무덤은 비상이 걸렸고 아직도 복구에 힘을 쏟는 실정이라 한다. 그 책임을 묻고 처분하기 위해 정예까지 움직이고 있다지만 우주경찰이 손을 쓴 건지 정보수집에 애를 먹고 있다 한다. 본명도, 성별도, 종족도 어느 하나 밝혀진 게 없으니 말이다.

‘특무는 정예들이 해낼 테니 난 내 일부터 끝내자.’

다행히도 이번 반달간의 업무는 전부 오늘 중 처리할 수 있다. 허리춤에 메단 방석을 꺼내 그 위에 앉아 내가 갈 곳—동부 지역을 이미지했다.

‘슈슉’

감았던 눈을 떴다. 이미지했던 대로 동부의 골목가에 도착했다. 가급적 눈에 띄는 걸 피하고자 인적이 드문 곳으로 왔다. [삼형제별]. 오롯과 자아공유하여 받은 악령의 힘으로 [삼형제별]의 능력 중 하나는 방석에 앉으면 이미지한 곳까지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형제별의 다른 능력은 천리안.

‘흐음… 저쪽인가.’

자신의 시야 영역을 벗어난 곳까지도 볼 수 있다. 오롯과 자아공유를 하면 말 그대로 천리까지 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은 지금은 그렇게 먼 거리까지는 볼 수 없다. 이 힘은 저승사자의 권능이 아닌 오롯과 계약해 받은 악령이다. 어린 나이에 뭐가 뭔지 모르고 별무덤에 끌려가 갑작스레 저승사자의 일을 배우던 나날. 권능에 임무까지 반강제적으로 부여받고 이승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승의 법칙도 제대로 모르고 저승사자로서도 반푼이인 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승과 저승 어느쪽의 내가 진짜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헤맬 무렵 그 아이와 만났다.

‘둘 다 즐기면 되지 않아요?’

순박하게 미소지으며 얘기하던 그 어린아이는 날 도와주겠다며 악령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천리안, 순간이동 그리고 고리활의 힘을 부릴 수 있는 [삼형제별]을 얻었다. 재밌어 보인다며 시연해보라는 오롯의 닦달에 시험 삼아 내 몸의 고리를 늘려보았다. 내 몸의 고리가 늘어나며 나아가 활로 변한 걸 본 그 아이는 세상의 어둠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은 잊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떠올리고 싶지만 떠오르지는 않는다 했다. 기억이 없는 거 아니냐 물었더니 그거와는 다른 것 같다 답했다. 어린아이다운 답인 거겠지. 그 아이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한 연구소에서 지금의 보호자인 홀랜드를 만난 일이라고 한다. 스타랜드로 이주한 후엔 둘이서 잘 지내고 있다 한다.

‘… 지금은 이반 제국으로 돌아갔던데. 잘 지내나 모르겠네.’

노르망디라는 또 다른 자아공유자가 불러서 홀로 이반 제국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후 간간이 텔레파시로 연락오는 걸 보면 잘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도 싹싹하게 잘 지내는 오롯을 생각해 나도 이승에서 보험설계사란 직업을 얻고 잘살아 보리라 다짐했다.

“도착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연금술스타의 비밀연구소’라 적힌 간판이었다. 이곳으로 들어오라는 친절한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니 지하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크고 세련된 지하연구소에 도착했다.

“어머 손님인가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비밀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연금술스타입니다. 견학인가요?”

하늘색 피부에 싱글싱글 웃는 실눈을 한 그는 살갑게 다가왔다. 붉은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 남자는 내가 찾던 미상의 혼결합체가 아니다.

“견학…이라고 볼 수도 있네요. 이곳에 있는 것들을 좀 둘러보고 싶어요.”

분명 이 안 어딘가에 미상의 혼결합체가 있을 것이다.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낸 다음 강제추징을 해야 하는가 결정해야 했다.

“자자자~ 그럼 연금술스타의 비밀연구소 견학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쪽에 있는 건 설탕석! 플루퍼 케이브에서 채굴되는 설탕석과 달리 반영구적이며 더 높은 당도를 지녔죠! 자 여기 설탕석으로 탄 달디단 아이스티를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짜잔! 네츄르 월드에서 승천해 실패한 이무기가 포박되었는데 그 재료가 정말 비싼 값에 팔렸답니다. 비늘, 뼈, 혈청 등 전부 다 팔려나가서 제가 얻은 건 아쉽게도 이 눈알뿐이네요. 그리고 이것이 이무기의 눈알로 만든 천리안약! 이 안약을 투여하면 시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답니다! 어때요? 한 번 써 보실래요?”

“음… 필요 없네요.”

“이런… 아쉽군요.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후 별의별 희한한 발명품들을 쭉 보았다. 아직까진 혼의 히읗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상시 거주라 하여서 분명 이 안 어딘가에 있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을까 싶던 때

“연금술스타 님~! 이 꽃 어디에 둘까요?”

찾았다.

“아, 나리폰! 지금은 견학생이 있어서 말야. 나중에 확인할게.”

“네~!”

겉보기엔 요정 같아 보이는 작은 존재지만, 귀안으로 보면 확연히 다르다. 아니. 생명체라 부르는 게 맞는가?

“거기의 요정, 정체가 뭐죠?”

“네? 저는 꽃의 요정 나리폰인데요…”

“거짓말 마요. 요정은 육신이 없이 오로지 혼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예요. 그렇지만 당신은 육신이 존재합니다.”

틀림없이 이 자칭 요정이 미상의 혼결합체다. 육체라고 보기도 힘든 이 불가사의한 덩어리에 담긴 혼. 정체를 규명해 강제추징 여부를 정해야 한다.

“아아 견학생은 호문쿨루스를 처음 보는 건가?”

“…호문쿨루스?”

“인공생명체라고도 하지. 연금술로 만들어낸 육체에 혼을 담아 생명을 창조하는 거다. 이야~ 나리폰을 만드는 데 고생했지. 육체는 어찌어찌 만들었지만 그 그릇에 담을 혼이 없어서 말야.”

혹시 그 혼을 구하기 위해 별무덤 사건을 일으킨 건가? 그렇다면 이자가 Mr.Devil?

“인적이 드문 묘지나 폐가 같은 심령지를 돌아다니며 겨우겨우 혼을 구할 수 있었어.”

…이야기를 듣자 하니 사령술로 부활시킨 영체나 코어에 혼을 담아 구동시키는 골렘과는 다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혼결합체의 영혼은 강제추징하지 않는다. 혼결합체의 수명이 다하거나 육신이 파괴되는 경우 생자처럼 자연스레 혼이 별무덤에 환원되기 때문이다.

“이 나리폰은 말이지 지금처럼 내 연구도 도와주는 아주 훌륭한 조수야. 뿐만 아니라 식물을을 탐색하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어!”

“헤헤헤 선생님! 너무 칭찬하지 마세요! 부끄럽잖아요!”

“아니아니! 어떻게 나의 피조물을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니! 무엇보다도 일전에는 한 꼬마애를 도와서 무지개색 장미를 모으는 활약을…”

필요한 정보는 다 모았으므로 비밀연구소에서 나왔다. 미상의 혼결합체. 강제추징 대상 아님. 좋아. 다음에는… 종합운동장에 있는 강한 영력을 지닌 검은 스타족이구나. 아까처럼 방석과 천리안을 이용해 위치를 이동하고 대상을 추적했다. 곧 오후 5시이므로 금방 나타날 것이다.

“…! 뭐지 이 기운은?”

5시 정각. 운동장 입구쪽에서 엄청난 영력을 지닌 검은 스타족을 발견했다. 별무덤에 사는 저승사자들보다도 더욱 강한 영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래선 마치 별무덤에 사는 귀신들 같다. 이만 한 영력… 설마 이 남자가 Mr.Devil…?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눈앞에 나타난 건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뭐야 다크스타 아저씨네요.”

“어라? 천리잖아? 여기서 뭐해?”

운동에 들어가기 전 몸을 풀던 다크스타 아저씨가 나를 알아챘다. 어떻게 보면 Mr.Devil…이긴 하지만 이 아저씨도 그 피해자이긴 하다. 악행을 저지르려고 그 남자에게 붙었다곤 했지만 이용당했다고 한다. 공간을 왜곡하는 힘으로 귀신과 인간을 한 공간에 두어 멋대로 귀신과 몸을 합쳤고 그 결과 의식을 잃었었기에 Mr.Devil이 어떤 인물인지 또 자신이 별무덤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을 못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때 날 돌봐준 저승사자 삼촌도 당했다.

“아저씨야말로 여기서 뭐해요. 별무덤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별무덤을 혼란에 빠뜨린 그를 못 본 채 넘어갈 순 없기에 별무덤에서는 그에게 봉사처분을 내렸다. 감시관은 나를 돌봐줬던 아빠의 친구 저승사자로 그 접점으로 나는 다크스타를 아저씨라 부르고 있다. 하아… 암만 저승사자가 할 일이 많다지만 그 대상이 이미 별무덤에서 처분받은 자인가 아닌가조차 확인 않고 일을 배당하다니. 헛걸음했다.

“아 그게 말이지 저번 달부로 처벌이 끝났어. 그리고 그곳 별무덤에서 수많은 혼들을 도우며 난 깨달았지. 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것에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이야! 악행을 저지르며 오던 찌릿찌릿한 성취감이 아닌 따뜻하고 행복한 성취감! 크히히히히! 그래! 그것이 나의 천직이었어! 나는 향후 별무덤에 더욱 봉사하기 위해 이렇게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는 거야! 자, 어때! 천리! 너도 하지 않을래?”

“아뇨, 됐어요.”

이상한 아저씨인 건 알았지만 더 이상해졌다.

“별무덤에 가겠다니. 죽기라도 할 건가요? 원한다면 제가 죽여드릴 수도 있는데.”

“크하하하! 천리도 참 농담도 잘하네?”

진담인데.

“별무덤을 떠나기 전에 미리 귀띔을 해두었지! 그랬더니 네 삼촌이 이주 신청을 대리해주겠다더구나! 그래서 난 그 신청이 마무리될 때까지 삼촌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는 중이지. 아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

그거 이주라기보다는 귀신으로 만들어서 별무덤으로 혼을 환원시키는 걸 텐데… 그래서 이렇게 강한 영력에 둘러싸인 거였구나. 별무덤의 영력에 잠식시켜 죽이고 완전히 귀신으로 만드는…

“…뭐 아저씨는 좋아하니 됐나.”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아까부터 들리는 그 이상한 노래는 뭐예요?”

다크스타 아저씨가 목에 건 mp3로부터 자꾸 이상한 노래가 들렸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아 이거? 지구의 인기곡을 기타 치는 비보이 사로벋이 수입해 편곡한 거야! 피처링은 무려 인기 팝스타 제니퍼라고!”

아. 제니퍼 씨가 불렀다면서 나에게 음반 선물했던 그 노래구나.

“글쎄요. 사랑이라느니 질투라느니 그런 거 잘 모르겠네요.”

“이 무감정한 녀석. 넌 노래도 안 듣냐?”

“네.”

“아 그래.”

나를 이상한 여자 보듯 쳐다보는 다크스타 아저씨. 나도 용무는 끝났으니 이제 가 봐야겠다.

”그럼 아저씨 나중에 죽으면 뵙겠습니다.”

“저승사자들의 농담은 영 알 수가 없네. 뭐 그래! 다음에 보자구~!”

그렇게 아저씨는 달리기를 하며 저편으로 사라졌다.






‘검은스타족도 강제추징대상이 아님… 따라서 이번 반달간 강제추징대상. 없음. 이상 스타베리아력 2011년 2월 11일. 천리.’

집으로 돌아온 후 보고를 위해 두루마리를 작성하였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구한 아주 작은 고시원. 잘 곳만 있으면 나의 생활은 문제없다. 째깍째깍 조용한 새벽 모두가 자는 고시원에서는 벽시계의 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고 내 머릿속은 다크스타 아저씨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채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인가.’

나는 이승의 존재인가 저승의 존재인가.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머리를 채우는 의문이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난 분명 저승의 존재겠지.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엄마와 나를 구해준 히어로는 이승의 존재다. 그런 미련이 내 안에 남아 아직도 나를 이승의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다른 저승사자들은 내가 지닌 이 의문을 의아해했다. 자기는 당연히 저승사람이라는 자도 있었고, 자기는 이승에서 나고 자랐으므로 엄연히 이승사람이라는 자도 있었다. 그 안에는 나처럼 저승인가 이승인가를 고민하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둘 다여도 상관없지 않냐는 오롯의 말은 이런 내 고민의 해답이었을까.

“….”

작성을 마친 두루마리를 끈으로 묶었다. 내일 연락담당관에게 부치면 이것으로 이번 반달간 저승사자로서의 일은 끝이다.

“…내일 아니 날이 샜으니 오늘부터는 다시 이승 사람으로서의 삶인가.”

자기 전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켜서 통화기록을 확인했다. 맨 위에는 오늘 낮에 계약한 어린 딸을 둔 부부가 있었다. 저승사람으로서의 나라면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 아비는 이르면 오늘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이승 사람으로서의 나라면….

“…쓸데없는 정이네.”

문자 하나를 보내고 잠에 들었다. 그래. 오롯의 말이 맞았다. 난 둘 다여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둘 다라서 천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거다.



‘어제 뵈었던 지아이디생명보험 천리입니다. 계약 문제로 고객님과 급히 상담할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일 직장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렇게, 스타시티에서 또 한 명 붉은빛을 잃었다.







“직원 한 명이 일방적으로 계약한 보험을 파기하고 새 보험에 가입시켰다. …그래 그걸 왜 나한테 보고하는 것이지? 청초 너의 선에서 처리할 일로 보인다만… 과거에도 수차례 규정을 어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인물이므로 지침에 따라 보고했다… 그래. 이해했다. 끊겠다.”

“뭐야, 네오. 얘기 중에 갑자기 통화라니. 일이야? 그러니까… 음지가 아닌 양지쪽 일.”

“미안하다 이그니스. 지아이디 쪽 일이라서 말이다. 계열사 중 한곳에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있나 보더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한낱 기업의 미래가 아니지.”

“그래, 맞아. 손실된 어둠과 어둠속의 망령의 미래가 더 중요하지.”

검은 올백머리를 쓸어넘기는 듯한 동작을 한 이그니스는 테이블 위에 마련된 차를 다시 한 잔 들이마셨다. 그의 맞은 편에 앉은 이지적인 스타족과는 대비되는 경박한 느낌의 백색왜성족이었다. 치렁치렁 자신을 자랑하는 듯 무겁고 반짝이는 장신구를 귀, 목, 손가락 등 잔뜩 단 그는 또다시 거만하게 네오에게 말을 걸었다.

“자. 그래서 그런데 정말로 그 성스러운 보석을 나에게 넘길 생각은 없는 건가?”

“그래. 이 마석은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마석이니 말이다. 그대 같은 이에게 주긴 아깝거든.”

“하하하! 아아 아쉽군. 성스러운 보석만 있다면 이 나라를 손에 쥐는 것도 꿈이 아닌데 말야.”

이그니스가 과장된 손짓으로 네오의 호응을 유도했으나 네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역시 이 남자는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한 이그니스는 언짢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둠속의 망령. 뒷세계에서 그 존재만 회자되다 SSC테러를 일으켜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최악의 범죄집단. 그 집단의 수장이 설마 지아이디 그룹의 임원 중 한 명일 줄은 이그니스도 몰랐다. 나라 하나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대범한 조직이었기에 분명 그 조직의 대장은 자신과 같은 사내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뒷조사에 뒷조사를 거듭해 드디어 그 수장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한 사내는 아니었군. 자신이 처한 상황도 모르고 심지어 대비할 생각조차 안 한다. 총명해보이지만 그건 사업머리만 그런가보군.’

어떻게 해서 이런 별볼일없는 사내가 그 어둠속의 망령의 수장인가. 그 답은 실로 명료했다. 그의 옆에 살포시 내려놓아진 성스러운 보석 덕이었다. 악마의 힘을 혹은 신의 힘을 담았다고 여겨지는 돌. 미래를 예지한단 소문이 있는 그 네오의 것이라면 저 성스러운 보석은 필시 미래를 보는 힘을 지녔을 거다.

‘반드시 손에 넣고 말겠어.’

눈앞에 앉은 사내의 속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오는 차를 마시며 ‘이 과일은 맛있군.’ 같은 무미건조한 감상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 떠들어댔던 일의 경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며 이그니스를 부르려 한 네오에게 그는 오히려 ‘손실된 어둠의 기지에 오지 않겠나?’라며 초대했다. 오늘 이그니스가 네오를 아지트에 부른 표면상의 목적은 손실된 어둠과 어둠속의 망령 간 우호 증진이었다.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호위 2명만 데리고 왔을 줄이야.’

이그니스가 네오를 부른 진짜 목적은 다름 아닌 네오의 성스러운 보석 강탈이었다. 미래를 보는 예지의 힘만 있다면 자기도 네오처럼 나라 하나를 박살낼 정도의 계획은 마땅히 이루어내리라. 아니. 자기라면 나라 두 개쯤은 박살내고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곳은 손실된 어둠의 아지트. 원래라면 성스러운 보석을 2개나 얻어 그 보석의 힘으로 이들 어둠속의 망령을 제압해 네오의 성스러운 보석까지 얻을 심산이었지만 그 계획은 실패했다. 성스러운 보석의 힘 없이 어떻게 SSC를 괴멸시킨 조직을 제압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네오는 우호증진이라는 거짓말을 믿은 건지 그가 데려온 호위는 말라빠진 남색 스타족과 평범해 보이는 백색왜성족 경호원이었다.

‘이런 멍청이의 손에 성스러운 보석이 있다니. 안타깝군. 그 보석은 가치 있는 자만이 사용할 줄 아는 법이다. 그래. 바로 나처럼 말이지.’

세계를 지배하겠다니 허무맹랑한 말이나 내뱉는 도련님이다. 악의 수장이라면 좀 더 자신의 주제를 알고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가의 뒷세계를 장악한다는 그런 말이나 할 것이지라며 이그니스는 속으로 불만을 토했다.

‘아직인가? 꽤 시간이 걸리는군. 고작 2명일 텐데.’

이그니스가 이곳에서 네오를 붙들고 있는 동안 밖에 있는 네오의 호위 둘은 손실된 어둠 조직원이 처리하기로 했다. 이쪽에는 채찍의 마녀 윕스와 칼잡이 레이트를 비롯한 간부급 10명을 비롯하여 100명이 넘는 부하가 있다. 거기에 혹시나 싶어 고용한 용병인 녹색악마 천소명까지 있다. 자신과 동족인 사이코패스는 결코 죽이지 않으며 자신이 구해준 사람을 자기가 죽인다는 이상한 신념을 가진 미친놈이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무슨 일 있나 이그니스? 다리를 떨고 시선을 계속 내 뒤로 두고 말이다.”

“아… 아아! 아무 일도 아니네.”

이미 10분이 지났다. 방음처리를 해서 바깥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기에 싸우는 도중인지 아니면 싸움이 끝났는지조차 모르겠는 이그니스는 초조해했다.

“흐음 과일을 다 먹었군. 미안하지만 이그니스, 이 과일 또 먹을 수 없나? 꽤 맛있군.”

타들어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연덕스럽게 간식을 더 달라는 네오를 보고 이그니스는 기회라 생각했다. 이 틈에 바깥으로 나가 상황을 보자고 말이다.

“그래! 알겠네. 내가 가져오지.”

소파에 놔두었던 신문을 펼쳐 읽기 시작한 네오를 등 뒤로 하고 이그니스는 밖으로 나갔다. ‘2011년 2월 11일… 오늘 신문이군. 어제 오후 스타시티 별별초등학교 뒤에 위치한 나비산에서 산사태가 발생.’이라며 신문을 음독하는 네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설마 실패했나라는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문을 열자 그 앞에 윕스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윕스! 그래! 일은 잘 처리했…나?”

근데 윕스의 얼굴이 이상했다. 고통에 빠져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눈도 깜빡 안 하고, 이그니스의 말에 대답도 없었다. 이그니스가 윕스의 몸을 잡고 흔들었는데 움직이기는커녕 마치 단단한 석상을 만진 것 같았다.

“오 그래, 데빌 타임즈. 일은 잘 처리했나?”

신문에 시선을 둔 채 네오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데히히히. 일이고 뭐고 게임이잖아 이거. 너무 쉽다구?”

이윽고 이그니스는 윕스 뒤에 있던 스타족의 존재를 알아챘다. 원래부터 있던 얼굴의 상처를 빼곤 몸에 생채기 하나 없었다. 100명이 넘게 상대했는데 멀쩡히 살아있을 리 없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났지? 왜 저녀석은 살아 있는 거지? 왜 윕스는 죽은 것처럼 안 움직이는 거지? 이그니스의 의문의 답은 의외로 쉽고 허무하게 나왔다.

“아, 어때. 방부 처리 잘됐어? 시체의 시간을 멈추면 썩지 않거든. 표정은 맘에 들지 않겠지만 참아주라. 이런 모습으로 죽은 걸 어떡해?”

‘죽어? 윕스가? 말도 안돼. 윕스는 우리 조직 최강의 전투원 중 하나라고. 그래! 레이트! 레이트라면!’

그때 남색 스타족의 뒤에서 검은 군복을 입은 백색왜성족이 무언가를 짊어지고 왔다.

“정말 악취미군 데빌 타임즈. 적군의 시체를 구태여 적장 앞에 전시하다니.”

“뭐 어때~ 이 편이 더 재밌지 않아?”

백색왜성족이 짊어진 무언가가 바당에 내팽개쳐졌다. 머리가 뽑혀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피부색과 손에 쥔 칼로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었다.

“…레이트?”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는 스타족이 굳히고 백색왜성족이 나른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잔뜩 있었다. 아니. 잔뜩 수준이 아니었다.

‘이 시체들… 전부….’

“네오 님. 이상으로 손실된 어둠 소속 전원 배제 완료하였음에 작전 완료를 보고드립니다. 몸은 무사하십니까?”

“그래. 아, 라이베라랑 데빌 타임즈 두 사람도 이곳에 와 앉게. 차가 맛있다. 네츄르 산 찻잎을 쓴 것 같더군.”

“맞다 네오! 네가 준 경계대상 리스트에 있던 놈들 중 천소명이었나? 그 녹색놈. 그놈은 없던데? 도망친 거 같더라고.”

“상관없다. 손실된 어둠 소속도 아닌 단지 오늘 하루 고용된 용병이었을 뿐이다. 만에 하나를 고려하여 경계대상에 넣었으나 그자의 도주는 예언대로다. 문제 없다.”

상황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하며 겁에 질린 이그니스는 발밑에 굴러다니는 시체들을 보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확실히 맛있는 차군요. 발주하겠습니다.”

“오, 그래준다면 고맙지.”

“이봐! 네오! 간식은 없어? 저것들이 날려대는 총탄이나 칼들 시간 멈추느라 배가 텅 비었단 말이지.”

“이그니스가 과일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아~ 과일보다는 과자가 먹고 싶은데.”

‘뒷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로 구성된 조직원들이 10분도 안 되어 전부 괴멸한다고? 이런 일이 가능해?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실질적인 전투는 내가 다 했다. 마치 네가 나를 보호해준 것처럼 말하는군. 내 [금강불괴]엔 총도 칼도 먹히지 않는다.”

“예이 예이~ 하지만 내가 그놈들의 시간을 얼려서 못 움직이게 한 덕에 쉽게 처리한 거잖아?”

“그 점은 인정한다. 실로 훌륭한 작전이었다.”

“나 원 참. 융통성이 없는 건지 태세 전환이 빠른 건지.”

뒤에서 들리는 비현실적인 대화에 벌벌 떨던 이그니스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아니 몸 전체를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꼈다. 아니. 압박이 아니었다. 마치 중력이 바뀐 것 같은 중압감에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이 괴물들에게서 지금 당장 벗어나야 한다고, 이대로는 나까지 죽는다고 생각해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무언가에 짓눌려 바닥에 납작 엎드린 후였다.

“왜 그러나 이그니스. 어서 과일을 대접해주게.”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네오의 손엔 어느새 중력석이 들려 있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공포에 질린 채 벌벌 떠는 이그니스는 어떻게든 폐에서 공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뭐…뭐야… 이 힘은… 네놈… 설마 조직에 악령 소유자를 둘이나?”

“음… ‘둘’인가…”

“? 장! 미래를 보는 보석까지 있으면서 저런 괴물들을 둘씩이나! 비겁한 놈!”

실은 10명은 더 있다 대답할 그였지만 이그니스의 말을 듣고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 어리석군 이그니스. 적의 전력은커녕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전투를 걸어오다니. 그대에게는 조금 기대했었다. SSC테러 이후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던 어둠속의 망령의 수장인 이 나의 정체를 알아낸 건 자네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만반의 준비로 무려 2명이나 대동해 왔다만… 내 마석이 중력석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실망스럽군.”

그 말을 마친 후 신문을 내려놓고 이그니스의 눈앞까지 와 친히 쭈그려앉아 눈을 마주쳤다.

“그대는 SSC테러 이후 괴멸시켜온 다른 조직과는 달리 나와 직접 대면한 유일한 조직이다. 그 정이 있으니 이별 선물로 그대의 의문을 해소해주마.”

네오는 자신의 외알안경을 벗고 쭉 감고 있던 눈을 억지로 뜨며 이그니스에게 알려주었다.

“그대가 마석의 것으로 착각한 [선견지명]은 이 나의 눈에 흐르는 힘이다. 그리고 이 눈이 나에게 보여주었지. 머지않은 미래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자네 조직을 괴멸시키라고 말이다.”

이미 짓눌려 으깨진 이그니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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