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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타의 점프점프 시리즈의 외전소설

전문편집

이 이야기의 시점은 고통의 맛 식당이 세워지기 이전 시점입니다.



“야, 그레이! 나 지우개 좀 빌려줘!”

“응!”

시작은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다. 짝꿍이 내게 빌려간 지우개를 잃어버린,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다.

“그레이. 미안한데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우리 친구잖아? 그렇지?”

“당연하지. 힘들 때 서로 도와야지!”

5년 만에 연락한 동창이 돈 백만 원을 빌리고 연락을 끊은 일도 별일 아니었다.

“이야~ 로또 당첨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그래서 세금 떼고 얼마 받으셨… 아 아직 수령 못 하셨다고요? 그럼 제가 대신 해드릴게요!”

“오 그래. 부탁할게!”

믿고 있던 부하가 내 당첨금을 먹고 잠적한 일. 이때부터는 별일이었다. 그래도 이 세상에 신은 있었나 보다. 나에게 작은 희망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 이 보석만 있으면 난 재기할 수 있어!”

공간을 왜곡하는 힘을 지닌 마법의 보석. 마즈 다이아를 발견했다. 친구도, 돈도, 동료도 잃은 나에게 있어선 한줄기 빛이었다. 이 마석만 있으면 거의 무한한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물론 우리 도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거야!

“정말 대단한 돌이군요 그레이 님! 이 돌 저에게 잠시 맡겨보시지 않겠습니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희망의 빛 속에서 다시 행복해진 나는 그렇게 또다시 사람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이번에 만난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겠지.

그리고 그 대가는 처참했다.

‘왜… 왜 또 나를 배신하는 거야?’

왜 내가 발견한 마석을 자기가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거야?

왜 내가 쓸 마석을 자기가 쓸 것처럼 말하는 거야?

왜…

“이봐, 저 마석이 우리 마즈시티의 동력이 된 뒤로 도시가 몰라보게 발전했어.”

“이것도 전부 매드로스 박사님이 마즈 다이아를 발견한 덕이야!”

“화성의 보물을 발견한 매드로스 박사님은 우리 도시의 영웅이야!”

왜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르는 거야?

내가 발견한 돌이라고

내가 생각해낸 사용법이라고

근데 왜 그놈의 이름만 연호하는 거지?

“아아 그건 말이야 그레이. 세상이 너를 버리고 배신했기 때문이야.”

“…당신은 누구죠?”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이 화성국의 국방부장관밖에 안 되는 사람이지.”

“…그런 대단한 사람이 어째서 저에게….”

“음~ 별것 아니지. 저 마즈 다이아를 발견해서 도시의 발전소를 지은 게 내 부하인 매드로스라는 녀석인데. 도대체 그런 신기한 돌을 어떻게 발견하고 그런 용법으로 쓸 생각을 했는지 캐물었지. 웬걸 녀석이 횡설수설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추궁했더니 아이고 이럴수가. 그레이라는 사람을 속이고 뺏었다는 게야. 이 KJ 님께서 사람을 잘못 봤어. 그런 거짓말쟁이가 내 부하였을 줄이야. 그에 반해 당신은 정말 대단해, 그레이! 이런 엄청난 마석을 찾은 건 물론이고 내 도시 나아가 내 나라의 발전까지 도모할 용법을 생각했을 줄이야!”

이 사람은… 이 KJ라는 사람은 내가 한 일을 알고 있어. 나를 기억하고 또 칭찬하고 있어.

“나 말야. 모으는 걸 좋아해. 돈이나 보물이나 인재를 말야. 그리고 때마침 너라는 보물을 만난 거지.”

이 사람은 나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람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다.

“어때, 그레이. 내 밑에 들어오지 않을래?”

그날부로 난 KJ의 심복이 되었다. 그의 목적은 왕위였다. 쿠데타를 일으켜 국왕을 시해하고 그 자리를 빼앗는 것이었다. 그렇게 화성이라는 행성을 손에 넣으면 그 다음은 지구. 그 다음은 태양계. 그 악의는 허무맹랑하고 단순무식했지만 세상에 버려지고 배신당한 나의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우기엔 너무나도 좋은 이불솜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KJ 님은 외행성 마피아를 통해 마즈 다이아를 빼돌리는 작전을 입안하셨다. 마즈 다이아는 다룰 자격이 있는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이다. 아! KJ 님께서 마즈 다이아를 본래 주인인 나에게 돌려주시려는 거다. 나는 기쁘고 행복해서 KJ 님께 감사인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마즈 다이아를 손에 넣게 되면 너에게 돌려줘? 무슨 소리야. 너에게 줄 건 복제한 가짜 마즈 다이아야. 진짜는 이 몸이 가질 거거든.”

KJ 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왜 나에게 가짜를 주려 하는 거야? 그 마석은 내가 발견한 건데 왜 나에게 안 돌려주는 거지? 아아. 그동안 잊고 있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상황은 틀림없었다.

난 또 배신당할 거다.

한때 충의를 맹세했던 그의 왕이 처참히 살해당한 걸 보라.

그의 심복이었던 머즈란 사람이 이상한 약을 먹고 피부색이 갈색으로 변할 걸 보라.

KJ는 악이다. 사람 따위 자기 욕망 실현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쓰다가 쓸모없어지면 휙휙 버려질 운명이다. 이 사람은 언? 가 날 배신할지도 모른다. 배신당했던 과거들이 연거푸 떠오른다. 또다시 배신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덮쳐온다. 왜 세상은 나를 계속 버리고 배신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는 거지?

아니. 잠깐만. 왜 배신당할 걱정을 하는 거야?

생각을 바꿔 봐.

KJ가 나를 배신하기 전에 내가 배신하면 되잖아.

그래. 이제는 내가 세상을 버리고 배신하는 거야.

그동안 당하기만 했으니 이제는 내가 되갚아줄 차례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블랙가드의 거래에 자원해 그놈에게서 마즈 다이아를 훔치기로 했다. 원래는 ‘블랙가드가 뒷공작으로 마즈 다이아를 훔치면 내가 뒷거래로 그걸 KJ에게 넘긴다’는 시나리오였다. 내가 왜 KJ에게 줘야 하지? 내가 가져가면 되잖아! 이건 내 거니까! 그래서 놈에게 독극물을 먹이고 마즈 다이아를 되찾았다. 마즈 다이아를 손에 넣은 난 곧바로 계획을 진행하고자 했다. 나를 버리고 배신했던 모든 놈들에게 앙갚음을 해주고 이 썩어빠진 세상을 부숴버리는 거야!

그 계획의 제 1보를 내딛으려는 때 파란 스타족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나의 장엄하고 위대한 계획을 두고 나쁜 짓이라고 했다.

왜?

왜 나는 나쁜 짓을 하면 안 되지?

왜 나는 항상 나쁜 짓을 당해야 하지!

네가 뭘 안다고 나에게 설교하는 거지?

화가 치밀어서 눈앞의 그 파란 스타족부터 없애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졌다.

마즈 다이아가 폭발했다.

이럴 리 없을 텐데. 마석이 폭발하다니 있을 리 없는데. 폭발하는 건 복제한 가짜 마석일 텐데.

아.

KJ는 내가 배신할 걸 알고 미리 가짜를 준비한 거구나.

그렇게 날 배신하고 진짜는 자기가 가져간 거구나.

나쁜 짓을 하기에 나는 멍청하구나.

세상을 부수고 복수하기에 나는 보잘것없구나.

거울을 보았다.

‘이게…뭐야…’

거울 속의 나는 너무 추악했다.

크고 붉게 부어오른 눈.

머리의 반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흉터.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일까지 당하는 거지?

매번 배신당한 내가 딱 한 번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 이런 벌을 받는 거야?

왜 나는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야?

내가 나쁜 건가?

허무와 자학이 계속될 무렵 그 돌은 나타났다.

“이히히히히. 이봐 너. 오랜만이야.”

보랏빛을 내뿜는 기분 나쁜 돌. 분명 처음 보지만 낯익은 돌.

“있지 있지! 너 나를 사용하지 않을래?! 네 욕망을 위해 나를 마구마구 쓰지 않을래?”

“…마즈 다이아!”

어쩐 일인지 마즈 다이아는 모습이 변형됐었다. 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게다가 이전보다 더욱 강한 마치 내 영혼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흡인력도 느껴졌다.

나에게 돌아왔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이 마석만 있다면, 난 세상을 부술 수 있어. 날 배신한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어. 다른 놈들은 생각조차 못할 규모가 다른 악행을 저지를 수 있어!

“좋아! 좋다고 마즈 다이아! 아니! 너에게 좀 더 걸맞는 이름을 줄게! 할로윈! 할로윈이야!”

“에엥? 할로윈? 뭐야 그 이름. 어감은 나쁘지 않은데 무슨 뜻이야?”

“너랑 내가 가서 깽판칠 곳이 할로윈이 생각나는 곳이거든! 바로 영혼이 넘쳐나는 저승! 별무덤이야!!”

내 말에 할로윈 석이 씨익 웃는 것처럼 보였다.



이 우주의 모든 생명이 죽었을 때 그 혼이 다다른다는 별무덤. [공간왜곡]의 힘으로 별무덤에 도착한 나는 이 별 저 별의 차원을 다 뒤섞었다. 나를 이 꼴로 만든 놈들도 전부 불러왔다. 내게 빌린 지우개를 쓰다 쓰레기통에 버린 짝꿍도. 내게 빌린 돈 백만 원으로 노름하다 탕진한 놈도. 내 당첨금을 꿀꺽해 호의호식하던 놈도. 내 마즈 다이아를 훔쳐 제 공적으로 만든 매드로스란 놈도. 나를 이용하고 버리려던 KJ란 놈도. 그리고 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블루스타란 놈도.

전부 죽일 거야.

계획은 순조로웠다. 메인 디시인 블루스타를 별무덤 차원 저편으로 보낸 동안 나를 배신한 놈들을 차례차례 응징했다.

“무무무무무무슨 소리야! 지우개라니? 나 그런 거 몰라!! 기억 안 나!! 내가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미안해!!!”

공간왜곡으로 종이 접듯 꾸깃꾸깃 접어서 불구덩이에 던지고

“백만 원? 내내내가 그걸 빌렸던…가? 히이익! 그래! 빌렸었지?! 당장 갚을게 친구야! 우리 친구잖아? 응!”

채썰 듯 100장으로 썰어서 바다에 퐁당 빠뜨려 상어밥으로 주고

“사장님?! 어떻게 알고… 아아아! 돈! 돈 찾으시러 온 거구나! 자!! 여기! 여기 사장님 돈이에요! 네? 왜 이거밖에 없냐고요! 그… 그… 그… 살…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돌아가는 파쇄기에 휙 넣어서 가루로 만들고

“이봐! 너 때문에 마즈 다이아가 사라져서 이 매드로스 박사님이 빚쟁이가 됐잖아! 당장 내놔! 어? 뭐야 그 돌은? 그래! 그 돌로 참아주지!”

가마솥에 넣어서 팔팔 끓여버리고

“앙? 뭐야 그레이. 살아있었냐? 왔으면 나 좀 풀어줘. 여기 감옥에 있으니까 허리가 다 아프다고.”

차원의 틈에 집어넣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네 차례다 블루스타! 날 이렇게 만든 널 죽여주마!!”

이 녀석만 죽이면 내 복수는 성공한다! 자! 이제 내가 세상을 버리고 배신할 때다!









“….”

그렇게 돼야 했을 터다.

모든 복수를 끝내고 세상을 부숴야 했을 터다.

“….”

그러나 나는 또 그 파란 스타족에게 저지당했다.

“왜 나는 항상 지고 상대방은 항상 이기는 걸까.”

내가 만들어 놓은 뒤죽박죽인 하늘. 마치 지금의 나 같다.

“이제… 나도 끝인가 보네….”

나는 무얼 하든 안 되려나 보다. 나쁜 짓을 하려 해도 그것조차 못해낸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건가.”









‘쏴아아아아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폐건물 안. 창문 너머로 세찬 빗소리가 들려온다.

“…비 오네.”

할로윈 석으로 내가 망가뜨린 차원을 모두 되돌리고 마지막에 이곳 스타시티에 왔다. 블루스타 녀석은 나에게 이제 나쁜 짓 하지 말라며 손을 흔들고 떠났다. 바보같이 사람 좋은 놈. 아까까지 자길 죽이려 했던 아저씨에게 인사라니.

“…이제 다 되돌렸으니 화성으로 돌아갈…어라.”

할로윈 석이 사라졌다. 스타시티로 돌아올 때 별무덤에서 잃어버린 건가? 아니면 내가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사라진 건가?

“…하아 앞으로 어떡하지.”

세상에 쭉 배신당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배신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가게나 하나 열어서 먹고살까. 식당이라든지.”

예전부터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사업을 할 때 진지하게 요식업을 할까도 고민할 정도였지만 주변이 전부 말렸기에 식당을 열진 못했다.

“야이씨. 굶어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그딴 소리 하지 마라.”

“??”

폐건물 안에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불타는 듯한 눈매를 가진 시꺼먼 파이터성인이었다.

“너 뭐냐. 여기 내 집이다. 나가라.”

“…이게 집인가? 다 무너져 가는데?”

“법은 아니라 해도 힘으로는 내 집이다.”

“불법점거구만.”

뭐야. 그냥 노숙자였나. 신경 끄자.

“야. 너. 무술별 출신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디 놈이냐?”

“화성 살던 그레이다. 이 거지야.”

“아아 화성인인가. 너 말야 봉사 좀 해라. 먹을 거 좀 사와. 배고파 뒤지겠어.”

생긴 대로 성격이 못되먹은 거지였다. 저런 놈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으니 무시하자.

“야, 무시하지 말고. 먹을 것 좀 줘봐.”

“ㅈㄹㄴㄴ”

“이게!”

거지가 손에서 불을 만들더니 나에게 내뿜었다. 와씨 이게 뭐야. 무술별 놈들은 이상한 기술 하나씩은 배운다던데 저놈은 쥐불놀이라도 배운 건가? 어떡하지?

‘…응?’

불이 왠지 느리다. 이거라면 가뿐히 피하겠는걸. 거지 아니랄까봐 능력도 보잘것없다. 휙 하고 불길을 피했다.

“…! 뭐야 그 움직임! 잔상인가?”

“뭐래.”

저놈은 아무래도 굶더니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이대로 두면 시끄러우니까 아무거나 먹여서 조용히 만들자.

“자, 이거나 먹어라 거지.”

“앙? 뭐야 이거.”

“내가 만든 초코바. 간식으로 먹으려 했던 건데 너 먹어라.”

“오오! 드디어 배 좀 채우겠군!”

내가 준 초코바를 덥썩 문 거지. 이후 바로 안색이 새하얘진다.

“큽…크읍! 이…거… 뭐…야.”

“뭐긴 뭐야. 내가 만든 초코바인데. 재료는 치킨뼈랑 피자포장지.”

“맛…이… 크윽…!”

“누가 보면 독극물 먹은 줄 알겠… 으아악!! 야! 생명의 은인한테 왜 또 장풍을 날려!”

“시끄러!!! 퉤퉤퉤퉤퉤!!! 이딴 걸 먹으라고 주다니 제정신이냐! 생긴 것도 못생긴 게 하는 짓도 가관이네! 넌 오늘 죽었다!!!”

이후 거지놈이 미친듯이 불을 날려댔다. 아까보다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역시 너무 느리다. 휙휙 피하는 동안 거지 녀석이 지친 건지 더 이상 쥐불놀이를 날려오지 않았다.

“? 장… 뭐야 네놈. 너도 무술인인가? 어디 유파야!”

“유파 좋아하네. 그러는 너는 불장난파 31대손이냐?”

“이게 장난하나!!!”

거지가 주먹을 들고 달려들으려는 때 폐건물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후~ 비 좀 피해야지. 응? 뭐야 그레이잖아. 네가 여기 왜 있냐?”

“…KJ?”

등에 총기를 한가득 메고 온 피투성이의 화성인이 들어왔다. 너무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등장에 서로 말 없이 주욱 쳐다보았다.

“왜 KJ가 여기에?”

“왜긴 개뿔. 니가 이리로 보냈잖아.”

KJ는 비에 젖은 총들을 건물 벽 한 편에 두고 물기를 닦았다.

“어라? 하지만 분명 나 당신을 차원의 틈에 넣어 갈기갈기 찢은…”

“아아 그거? 네가 포탈을 잘못 연 거 같길래 내가 알아서 피해 들어갔는데? 뭐야. 너 나 죽이려 했었냐? 난 몰랐지.”

나도 댁이 살아있을 줄은 생각을 못했다. 설마 그 차원의 틈에서 빠져나와 포탈에 들어갈 줄이야. 이 인간 여간내기는 아닌 줄 알았지만 이 정도였나?

“이야~ 그래도 뭐 고맙다! 감옥에 갇혀서 총살당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살았어! 이봐 그레이. 다시 만난 김에 또 손 잡지 않을래? 내가 여기 스타시티 뒷골목에서 엄청난 건수를 물었거든! 나를 탈옥시켜준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내가 70 네가 30! 어때! 콜?”

“콜은 무슨!! 둘 다 불타 죽어!!”

대화에서 소외됐던 거지 파이터성인이 불길같이 화내며 또 불장난을 했다.

“아이쿠! 놀라라! 뭐야 이거. 화성인은 아닌데… 무술별 놈인가? 왜 이런 데 있냐? 거지야?”

“그러니까 거지 아니라고!!!”

“오우! 이놈 꽤 빠른데! 피하는 게 고작이겠어!”

내가 보기엔 저 거지나 KJ나 느릿느릿 놀고 있는 거로 보인다. 내가 이상해진 건가. 하긴, 한쪽 눈도 이 모양이고 아까까지 마석으로 이런 짓 저런 짓 한 탓인지 기가 허하다.

“이야! 인간의 신체로 이런 짓을 하다니! 무술별놈들은 대단한데! 부하로 삼고 싶잖아!”

“꺼져!! 이 간악한 화성놈들! 너도 나한테 치킨뼈랑 피자포장지로 만든 초코바 먹일 거잖아!!!”

“잉? 아무리 저라도 그건 조큼…;;”

만담을 하는 건지 싸우는 건지 모를 두 사람. 이 정신 없는 승부에 기어코 KJ가 바주카포를 꺼내 쏘려는 순간 폐건물 입구가 마치 찰흙벽을 가르듯 잘려나갔다.

“어디에 갔나 했소만 여기 있었구려.”

비에 흠뻑 젖은 스타족이었다. 와. 스타베리아에 와서 이제야 보는 현지인이다. 터번을 둘러쓰고 큰 검을 장비한 풍채 좋은 사내였다.

“거기 그대! 게이제이라 했던가! 뒷세계를 장악해 이 도시의 유일한 브로커가 되겠다니! 이 풍검이 저지하겠소!”

“케이제이다 이놈아!! 네놈이야말로 순순히 죽어! 버려진 빌딩인가 뭔가 거기 내가 아지트로 쓸 거야!”

“그럴 순 없소! 그곳은 소인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하는 곳. 그대 같은 범죄자에게 넘겨줄 수 없소이다!”

“미친 그 말투 콘셉트냐 찐이냐? 사극 보다 왔냐? 너 그 빌딩에 있는 에덴족 때문에 그래? 니 여친이야?”

“크읏…! 무한생장생물생성형 생물이 있는 걸 파악하고 빌딩을 넘본 거구려. 더더욱 살려둘 수 없소!”

“앙? 내가 처부순 뒷세계 브로커 놈들이 가진 정보의 일부일 뿐인데? 에덴 중 극소수가 그 무한생장생물생성형 생물이라매!”

에덴인가… 과일의 모습에 큼지막한 눈코입 그리고 짜리몽땅한 팔다리를 가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종족인데 이 별에는 많나 보네. 한번 정도는 보고 싶다 생각하는 나를 두고 풍검이란 사내와 KJ는 검과 총의 대결을 일으켰다. KJ가 등에 메고 있던 총들을 하나둘 쏴댔지만 스타족은 총알을 전부 베어나갔다. 중간중간 거지 파이터성인이 끼어들어 불장난을 했지만 금새 저지되었다. 음… 원래 총이 저리 느리게 나가던가? 저건 나도 보고 피할 정돈데.

그렇게 싸움이 격화되고 누군가 하나 죽지 않을까 생각한 무렵

‘쿠우우웅’

“잉? 또 누구야?”

폐건물의 한쪽 벽이 전부 무너져 내렸다. 그곳에 있던 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호오? 역시 네가 일으킨 소란이었군, 그레이. 네놈이 만든 이 얼굴을 잊지 않았겠지?”

“어? 블랙가드쨩? 여기 왜 있어?”

몇 달 전 독극물을 먹여 검은공으로 만든 후들럼 블랙가드가 있었다.

“이 블랙가드 패밀리의 거래를 받은 브로커들이 전부 죽어버려서 말이다. 어떤 망나니의 소행인지 추적해 쫓아왔다. 그레이, 네놈의 짓인가?”

“아 그거 내가 했음.”

“KJ?! 네놈은 왜 또 여기에 있지?”

“뭐 어쩌다 보니? 그래서 농구공아. 네 뒤에 있는 깡패들은 누구야?”

“화성에 함께 갔던 블랙가드 패밀리들이다. 귀국하자마자 일이 터졌기에 이놈들을 데리고 바로 나왔지.”

“호오호오~ 어쩐지 다들 반가운 얼굴이다 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하십니까!”

“이 멍청이들! 왜 인사하고 있어! 어쨌든 그레이랑 KJ 두 놈 다 이 자리에서 정리해주마!”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는 불량배들과 거기에 화내는 검은 공. 그리고 맞은편에는 당장이라도 샷건을 쏴젖힐 거 같은 KJ에 덩치 큰 검객 그리고 거지 한 명.

“이런 설마 블랙가드 패밀리까지 끌어들인 것이오?”

“뭐야 저 깡패들. 유명한 놈들이냐?”

“이곳 스타시티 뒷세계를 장악한 마피아들이오. 보스가 화성에 간 뒤 실종됐다 들었소만…”

“아 뭐야. 깡패야? 나쁜놈들이면 다 죽여도 되겠네?”

무슨 근거가 있는지 자신만만하게 몸을 푸는 거지. 그나저나 검객 아저씨는 왜 이리 아는 게 많아. 정보원이라도 되는 거야?

“얘들아. 전부 죽여버려라!”

“예!!”

이에 고무된 KJ가 우리를 보고

“가자 얘들아! 우리도 전부 죽여버리자고!”

“하아? 어째서 우리가 귀공과 함께 싸워야 하는 게오?!”

신난 듯한 KJ가 우리들을 이끌고 깡패들에게 달려가려는 그때

‘탕!’

총성이 빗소리를 가르며 퍼졌다.

“동작 그만! 수많은 사람들을 유괴 및 살해하고 화성, 스타베리아 등 각종 행성의 차원을 뒤섞어 혼란을 야기한 행성법 위반으로 그레이 당신을 체포… 뭐야!! 왤케 많아!”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우리들을 보더니 당황해서 소리질렀다.

“그레이만 있는 줄 알고 왔더니 뭐야 이거! 블랙가드 패밀리에 KJ까지! 게다가 저 둘은 또 뭐야! 저들도 범죄자인가!”

“아니오 소인은 스타랜드의 요원으로….”

“난 그냥 떠돌이 파이터성인이다.”

거지겠지. 여하튼 상황이 안 좋다. 아무리 그래도 경찰은 좀… 음? 근데 이상하다. 얼굴이 낯익은데….

“…어이 너. 머즈 아니냐?”

KJ의 부하였던 머즈였다. 어라? 왜 이 녀석이 여기 있지?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아아아.”

“머즈 맞네. 뭐야 너. 경찰 흉내야?”

아까까지 저승사자로 만들어 부리던 머즈가 나타났다.

“뭐야 그레이. 너 몰랐냐? 머즈 쟤 우주경찰이야.”

“우주경찰이라니! 저에게는~ ”쟤 우주경찰에서 화성에 심어놓은 스파이였는데 우리가 쿠데타 저질러서 그걸 막으려고 기지를 자폭시켰어.“ ~패트롤이라는 자랑스러운 직업명이 있습니다! 줄여서 패트롤! 우주경찰이라고 이상하게 줄여부르지 마십시오!”

호오 그런가. 우주경찰이었던 건가. 아까 한 말을 보아 하니 나를 잡으러 온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레이는 곧 감옥에 끌려가는 건가?”

후들럼의 물음에 머즈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별무덤이 이자를 연행하기 전에 저희 패트롤이 먼저 신병을 확보해 재판을 합니다. 보나마나 사형이겠죠.”

“흠… 그렇다면 못 죽이기 전에 죽여야겠군.”

그 말을 하고 검은공이 나를 향해 튀어올랐다. 그를 머즈가 막았다.

“그만두시죠. 이 우주급 범죄자는 저희 패트롤이 처리해야 합니다. 이런 역사에 남을 죄인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방해하지 마라. 이놈이 감옥에 들어가면 내 몸을 되돌릴 방법도 못 찾고 나아가 놈을 죽이지도 못한다. 지금 당장 이놈의 사지를 떼어내 해독제를 토해내게 할 것이다.”

흠. 후들럼 이놈 나를 죽이려 하네. 그렇다면 그전에 나도…

라고 생각하며 KJ의 총 하나를 빌려 쐈다.

“그만두시오. 패트롤의 앞에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게오?”

하지만 풍검이 총알과 총을 벴다.

“쳇. 막혔네.”

“그 이상 하면 소인도 가만 있지 못하오.”

“오오 뭐야뭐야 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냐? 이 KJ도 껴줘!”

“일단 나쁜놈들부터 다 불태워주마.”

여섯 명+깡패집단이 서로를 노려보며 거리를 두고 경계하고 있다. 언뜻 봐도 다들 한가닥하는 강자들. 싸움이 일어난다면 목숨 한두 개로는 안 끝날 거 같다. 난 이제 그냥 혼자 가게나 열고 살아갈까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

오 좋은 생각 났다.

“이봐 다들. 여기선 불가침조약을 맺는 게 어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내 말에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불만을 표한다.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는 건가? 한심하군.”

“레드코드 범죄자들을 내버려 둘 리가 없잖습니까.”

“야. 내가 그냥 말하는 게 아냐. 들어보라구. 일단 지금 여기서 싸우면 도시가 휘말릴 거 아냐. 그렇지? 그럼 안 되잖아.”

내 말에 풍검이 끄덕였다.

“…스타랜드 정보부 요원인 소인으로서는 민간의 피해는 받아들일 수 없소. 소인은 버려진 빌딩에 정착한 무한생장생물생성형 생물. 일명 태초의 에덴을 감시 및 통제하기 위해 국가가 보낸 몸. 일반 에덴과 달리 불로불사에 생명까지 창조해내는, 존재만으로도 경계대상인 태초의 에덴을 지키는 것이 소인의 임무라오.”

이후 나는 말을 이어받았다.

“난 말이지 별무덤이 노리는 몸이라고. 그런 나를 우주경찰이 맘대로 잡아가면 어떻게 되겠어?”

머즈가 대답했다.

“…별무덤은 저승이라는 행성의 특성상 저희 패트롤의 힘이 닿지 않습니다. 일전에도 당신처럼 별무덤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생자에 대하여 취급을 어떻게 하는가를 두고 정치적인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권위를 드높이고 법의 공정함을 우주에 알리려던 패트롤과 자국의 범죄자를 패트롤에게 빼앗겨 위상이 추락함을 막으려던 별무덤. 이 범죄자의 처리를 두고 수십 년간 암투를 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죽은 선배님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범죄자가 늙어 죽어 패트롤은 기소권 없음으로 별무덤에서 처벌을 받았지만요. 그레이 당신을 체포하는 건 분명한 패트롤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저희 패트롤이 치를 대가도 만만찮겠죠.”

그래그래. 다들 설득되고 있어.

“거기에 말야. 기껏 자리잡아 새출발하려는 터전이 무너지면 이후는 어떡할 건데?”

KJ가 혀를 차며 대답했다.

“쳇. 겨우 뒷세계 브로커들을 다 정리했건만. 허사로 돌아가면 안 되지. 이게 얼마짜리 일인데.”

KJ까지 설득했다. 남은 건 둘인가.

“게다가 우리끼리 싸우면 서로 손해만 볼 거라고. 안 그래?”

이에 거지가 동의했다.

“…무술별 출신인 내가 장담하지. 싸움이 벌어지면 적어도 여기 여섯 명 중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아도 반송장이다. 나쁜놈들을 방치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최선은 싸우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후들럼을 바라보며.

“당신도 그렇지? 만약 내가 이 싸움에서 죽어버리면 당신은 평생 그 모습이야. 그런 건 원치 않을 텐데?”

검은공이 부하들에게 무기를 거두라는 시늉을 하며.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군. 내 몸은 차치하더라도 스타시티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 블랙가드 패밀리는 큰 손해를 입는다. 결코 원하는 상황이 아니지. 더군다나 우주경찰과 정보부 거기에 레드코드 수배자와 별무덤 수배자까지 얽힌 일이면 더더욱 말이다.”

다들 수긍을 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결정타다.

“그래. 다들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군. 그럼 다시 한 번 제안하지. 지금 이 자리에서 불가침조약을 맺는다. 어때?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걸로 말이다. 그래. 바로 이 자리에 세워질 고통의 맛 식당에 말이야.”

그렇게 스타시티의 한 식당 예정지에서 뒷세계가 새로이 개편되었다.









“하아… 하아… 살아났…다?”

연구 실패로 정신을 잃었던 나는 눈을 떠 보니 저승에 있었다. 그곳에서 지내길 수년. 다시 스타시티로 돌아갈… 아니 살아날 날을 기다렸다. 저승에서도 이런 경우는 골치 아프다면서 아직 죽을 때가 아닌 날 죽일 수 없기에 방치해두고 있었다.

‘육신은 살아있는데 혼만 별무덤에 날아온 경우라니. 처리하기 곤란하군. 일단은 머물게 해 주겠다.’

그동안 난 저승에 머물면서 연구개발에 적용할 만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이상한 데 손을 대서 특별한 힘을 얻기도 했다. 언? 가 다시 살아날 날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별무덤의 차원이 뒤틀렸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저승에 산 사람이 이렇게나 대량으로 오다니. 저승사자의 실수는 아닌 것 같았다. 명백한 이상사태. 하지만 나에겐 호재였다. 수 시간 별무덤의 소란이 있은 후 사태가 진정된 것인지 산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의 고향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스타족들의 사이에 끼어서

“…살아났다.”

병원에서 눈을 떴다. 그동안 의식을 잃었던 나는 병원에 있었나보다. 살아났다. 살아났어! 다행이야. 다행이야. 수 년간 별무덤에 살다 갑작스레 돌아와서 현실감이 없는 건지. 기쁘거나 슬프거나 하진 않았지만 만질 수 있는 육체를 다시 얻었다는 건 정말이지 신기한 감각이었다.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다리로 겨우겨우 연구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저승에 갇혀 있으면서 만들고 싶던 이런 거나 저런 거를 어서 만들고 싶었다.

“우와… 편지 좀 봐.”

그동안 수거 못한 편지들이 편지함에 잔뜩 꽂혀 있었다. 아… 전기세에 수도세 가스까지… 이거 보나마나 끊겼겠구만. 어라? 수취인불명인 편지가 하나 있네. 뭐야 이거.

“코발트블루스타 님 귀하. 타임머신의 설계도?”












한편 별무덤.

“야호! 야호야호야호! 드디어 유기화를 했어! 짱이야!”

그 화성인 덕에 예정보다 훨씬 빨리 유기화가 되었다. 원래라면 이 인간 저 인간을 옮겨다니며 혼을 후루루루룹 해야 하는데 그 화성인이 나를 혼이 넘치는 별무덤에 데려온 덕분에 금방 유기화가 되었다.

“으후후히히히! 드디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혼을 먹을 수 있겠어! 가능하면 어리고 여린 야들야들한 꼬맹이들이 혼이 좋겠네!”

내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다! 이곳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응? 별무덤의 군대인가? 나 좀 더 이곳에서 어린 영혼들을 집어삼키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벌써 들켜버렸어! 그냥 가기는 아쉬운데 뭐라도 하나 먹을 수 없을까?

“엄마! 멍멍아!”

오! 마침 엄청 맛있어 보이는 여자애 발~견~!! 잘 먹겠습니다!!

“어딜 감히 악령 따위가!”

아아 뭐야 이 거대한 나무!! 왜 방해하는 건데?!

“저기다! 그랜드 트리 님께서 막고 계신다!”

아아아아아아아!! 벌써 따라잡혔어! 에이!!! 이렇게 되면 최후의 수단이다!

“꼬마애 영혼을 데리고 외딴 행성까지 [공간왜곡]이다!!”

야호! 성공이다! 장소는 어디 보자… 아까 맨 마지막에 했던 스타베리아라는 행성인가? 여기는 어딘지 모르겠네. 주변을 보아 하니 섬 같은데?

“뭐 어디든 상관없나? 순수한 꼬마영혼을 냠냠쩝쩝해야지! 잘 먹겠습니… 어라?”

아까 그 여자아이 한 명만 데려오려 했는데 웬 이상한 것들이 딸려왔다. 가면 쓴 남자에 목 잘린 여자. 전기톱 단 곰인형에 거대한 멍멍이. 투명인간에 불을 뿜는 기사까지.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내가 먹으려고 가져온 아이를 제 딸인 양 꼭 껴안은 눈이 불 같은 여자. 으으으! 불은 싫은데… 이녀석들 내가 저 여자애를 먹는 걸 방해하고 있어! 짜증나! 짜증나!!

“아아! 지금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당최 알 수 없소오. 하오나 이것만은 안다오. 우리 눈앞의 그대는 악의 그 자체라는 것을! 내 말이 맞소? 크리스틴?”

“아아 에릭! 당신의 말이 맞아요! 저 더러운 시선이 향하는 곳은 우리 귀여운 메리! 결코 가만두고 볼 수는 없어요!”

왜 노래를 부르는 거야!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저택에 돌아올 줄이야. 일단은 눈앞의 저 귀신부터 상대해야겠군.”

이 모자랑 하모니카만 있는 벌거숭이가!! 감히 날 귀신이라 폄하해?! 귀신은 너희들이잖아!!!!

“우리 메리에게 해코지할 생각 마라! 이 기분 나쁜 덩어리!”

“으르르르….”

“메리 양을 넘볼 생각일랑 마시오. 바로 베어 버릴 테니.”

곰이랑 멍멍이랑 해골바가지 주제에!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우리 메리에게는 손가락 하나도 못 댈 줄 알아!”

이 여자는 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노려보는 거야! 난 밥 먹고 싶을 뿐이라고! 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

너희들 전부 내가 갖고 놀다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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